TV 연예프로그램들의 트렌드가 변화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강한 캐릭터, 공격형 캐릭터, 이기적인 캐릭터들이 예능의 최고 캐릭터로서 각광을 받아왔지만, 이제 점차 부드러운 캐릭터, 수비형 캐릭터, 동네북 캐릭터들이 예능의 황태자로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악마의 아들 박명수와 막말 김구라는 어찌보면 우리 방송계에서 혁명과도 같은 존재들이라 할 수 있다. 모두가 착한척 바른척 예의바른척만 하는 방송에서 이기적이고 거친면모로서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해소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즉, 악마명수와 막말구라는 마치 도덕 교과서처럼 구는 방송에 현실적인 요소를 도입한 캐릭터들이라 볼 수 있다. 덕분에 오랜 무명생활을 하던 박명수와 김구라는 뒤늦게 전성기를 맞아 방송 3사를 가리지 않고 연예프로그램들에서 전방위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울듯이 이제 시청자들은 점차 이기적이고 거친면모의 방송에 염증을 내고 있다. 박명수, 김구라가 큰 성공을 거두자 대부분의 연예프로그램들이 이기적이고 거친 방송일색으로 변해버렸던 것이다. 이는 마치 흰 백지위에 떨어진 검은 먹물과 같았다. 처음에는 답답해 보이는 백지에 하얀 균형을 깨뜨린 검은 먹물 한방울을 보며 뭔지 모를듯한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느꼈지만, 어느새 검은 먹물이 빠르게 퍼져 백지 전체를 물들이자 시청자들은 이기적이고 거친 방송들에게 슬슬 불쾌함을 느껴갔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뭄의 단비처럼 등장한 캐릭터가 바로 허당승기이다. 강한 캐릭터, 공격형 캐릭터, 이기적인 캐릭터 일색이었던 연예프로그램에 최초로 부드러운 캐릭터, 수비형 캐릭터, 동네북 캐릭터가 등장했던 것이다. 허당승기의 성공요인은 기존의 동네북 캐릭터들이 덜 떨어진 바보처럼 보였던 것에 반하여 허당승기는 전혀 바보스럽지 않다는데 있다. 오히려 똑똑한데 약간의 빈틈을 가진 인간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왔다. 여기에 허당승기의 확장판인 천데렐라 이천희까지 등장하자 예능 프로그램의 조류가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방송을 도덕교과서에서 탈피하게 만들어 이기적이고 거친면모로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연예프로그램들로서 '무한도전'과 '라디오 스타'를 들 수 있겠다. 오랜 무명생활을 하고 있던 박명수가 악마명수라는 캐릭터로서 프로그램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장을 제공하고, 악마명수의 주도에 따라서 멤버들 모두가 무한이기주의와 권모술수를 부리는 '무한도전'은 고리타분하고 교과서적이었던 이전의 방송들을 멋지게 KO시키며 시대의 트렌드로 떠올랐던 것이다. 여기에 스튜디오형 '무한도전'인 '라디오 스타'는 게스트들에게 막말을 퍼부을 수 있는 김구라를 전면에 내세워 이전까지 덕담과 칭찬만 오고갔던 토크쇼들의 전형을 깨부수며 시청자들로부터 지지와 환호를 받아왔다. 하지만 2~3년동안 계속된 이기적이고 거친면모의 방송들에 시청자들이 슬슬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시청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시청층의 변화로 인하여 연예프로그램의 트렌드가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신지와 황보를 둘러싸고 방송에서 예의없이 굴었다는 논란이 제기된 것을 들 수 있겠다. 사실상 '라디오 스타'에 출연하여 신지와 황보보다 더 예의없이 굴었던 출연자들도 많았다. 어차피 '라디오 스타'의 컨셉이 예의를 차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시청자들은 더이상 연예인들의 예의없는 모습을 참아내지 못하고 있다. '라디오 스타'의 MC들은 워낙 캐릭터가 고정되어 있어서 그러려니하고 넘어갈지라도 게스트들이 MC들과 똑같이 예의없이 굴고 막말을 쏟아내면 곧바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라디오 스타'의 행보를 좁아지게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오로지 MC들만 공격하고 출연자들은 묵묵히 당하는 컨셉은 수위조절을 못할 경우 자칫 '라디오 스타'를 막장방송화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예프로그램들의 트렌드 변화에는 박명수와 김구라의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박명수는 결혼한 이후로 자신의 이미지를 조정하고 있다. '아내와 애는 건드리지마!'라는 박명수의 멘트가 보여주듯, 박명수는 기존에 악마명수 캐릭터를 완전히 버리지는 못하지만,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자신의 이미지로 인하여 혹여 가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방송에서 무한 이기주의와 권모술수를 부리는 모습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연일 계속되는 김구라의 사과도 시청자들이 이기적이고 거친방송에 실증을 내도록 만들었다. 김구라의 등장은 도덕교과서 같았던 연예인들의 방송모습에 가식을 벗겨내고 쌩얼을 드러내는 것과 같은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 '그래, 저런 캐릭터 하나쯤 등장하여 휘저어 줄 필요가 있어!'라고 느끼며 김구라의 활약을 반가워했던 시청자들로서는 김구라가 계속 자신이 한말을 주어담으며 사과를 하고 다니자 '그렇게 미안해하고 사과할 말을 왜 했을까?'라는 식으로 김구라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기적이고 거친 연예프로그램들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박명수와 김구라는 자기모순에 직면하여 앞으로 자신들이 활동할 수 있는 행동반경을 크게 줄여버리고 말았다.
여기에 악마명수나 막말구라가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지 않아도 스스로 가식을 벗어던진 채 본연의 모습으로 방송에 임하는 허당승기나 천데렐라 같은 착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자 연예프로그램의 트렌드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허당승기와 천데렐라는 악마명수나 막말구라와는 정반대의 자리에 서 있는 캐릭터들이다. 부드럽고, 착하고, 늘 당해준다. 악마명수나 막말구라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불러모으지만, 허당승기와 천데렐라는 기꺼이 져줌으로서 시청자들의 지지와 환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허당승기와 천데렐라는 '동네 바보형' 정준화나 '90년대 스타' 김국진처럼 극단적으로 바보스럽거나 극단적으로 착하기만 하여 악마명수나 막말구라등에게 당하는 것이 아니기에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승기와 이천희는 겉보기에 완벽하다. 남부러울 것이 없어보이는 그들의 지나치게 예의바른 면과 지나치게 순진한 면이 헛점으로 부각되면서 완벽한 모습에 인간적인 빈틈을 부여한 것이다. 시청자들 특히 여성시청자들은 이렇듯 완벽해 보이는 이승기와 이천희에게 존재하는 인간적인 빈틈에 열광하고 자신들이 채워주고 싶어한다. 그로 인하여 어느덧 허당승기와 천데렐라 없이는 프로그램을 생각할 수도 없으며 그들이 빠지면 프로그램에 빈자리가 너무 커보이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연예프로그램이 시대와 호흡하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지배해야만 한다. '무한도전'과 '라디오 스타'가 시청자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던 이유도 악마명수와 막말구라를 통하여 이기주의와 거친면모를 내세우는 예능의 트렌드를 만들고 지배해온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젠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허당승기가 등장하고 큰 성공을 거둠으로서 연예프로그램들은 점차 이기적이고 거친 방송에서 탈피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시청자들도 슬슬 이기적이고 거칠기만한 방송들에 실증을 내고 있다. '무한도전'과 '라디오 스타'만 그런 모습을 보일 때에는 늘 맹물을 마시다가 탄산음료를 마신 것처럼 가슴이 상쾌해지는 기분을 느꼈지만, '무한도전'과 '라디오 스타'의 성공으로 인하여 대부분의 연예프로그램들이 비슷한 양상을 띄자 시청자들은 이제 탄산음료 대신에 시원한 약수터의 물을 들이키고 싶어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박명수와 김구라는 딜레마에 봉착했다고 볼 수 있다. 자신들에게 현재의 인기와 인지도를 만들어준 악마명수와 막말구라 캐릭터를 계속해서 유지해야할지, 아니면 변화되는 트렌드에 맞혀서 캐릭터의 변화를 줘야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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