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그 어떤 올림픽보다도 국민들의 관심이 줄어들은 상태에서 시작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회당 2000만원씩 받는 작가가 쓴 드라마 대본보다, 회당 3000만원씩 받는 톱스타들의 연기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모든 상대를 한판승을 매친 후 다소 거만하게 손가락 하나를 펴서 까딱거리는 세레모니를 펼쳤던 유도의 최민호는 금메달이 결정된 순간 주저앉아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경기 내내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거만했던 세레모니를 기억하는 국민들로서는 매트위에 무릎꿇고 앉아 엉엉 우는 싸나이 최민호의 순박한 모습을 보게되자, 그가 금메달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인내와 역경을 거쳤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조건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여 물살을 가르며 대한민국의 여름소년 박태환이 전 세계의 최고로 우뚝선 순간 국민들은 중계를 하면서 울부짖었던 캐스터와 해설자의 심정과 동일했다. 금메달을 따봤자 본전이라고 여겨지는, 그래서 더욱 부담이 컸을 여자 양궁 선수들이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중국 관중들의 비매너 속에서도 꿋꿋히 10점 골드에 화살을 꽂아넣는 순간 국민들이 느꼈던 짜릿함은 그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었다. 흔희들 식상한 표현으로 스포츠는 각본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올림픽 대표선수들이 매일매일 쏟아내는 땀방울들이 만든 결실은 결코 식상하지 않았으며 100억 200억짜리 블록버스터 드라마들보다 훨씬 더 짜릿하고 감동적이었다.
이렇듯 매일매일 각본없는 감동적인 드라마들이 펼쳐지고 있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최대 미스터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언론들마저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일명 '금메달송'의 정체일 것이다. 싸나이 최민호가 결승상대를 메쳤을 때 이효리의 '텐미닛'이 경기장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여름소년 박태환이 1위로 터치했을 때 '소녀시대'의 '소녀시대'가 경기장에서 흘러나왔던 것이다. 국내에서 개최한 올림픽도 아니고 베이징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현장에서 대한민국의 대중가요들이 울려퍼지자, 사전정보가 없던 국민들은 물론이고 언론들마저도 적지않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언론들은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기사들을 쏟아내었고, 이에 화답하기라도 하듯이 관련된 연예기획사들은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언론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다.
참으로 흥미로운 것은 이런식으로 '금메달송'을 통해서 금메달리스트와 스타들을 연결시킨 채 마치 특별한 인연이 있는듯히 포장된 기사들이 인터넷을 온통 도배한 가운데, 그와 반대되는 선수의 인터뷰와 사실확인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어느쪽의 말이 맞는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만약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선수들로부터 신청곡을 받은적이 없다는 대한체육회의 말이 맞다면, 언론들은 사실확인도 하지 않은 채 추측성 기사들로 금메달리스트와 스타들을 억지로 엮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발로 뛰어 현장을 취재하고 사실확인을 최우선시 해야만하는 언론들이 방안에 앉아서 TV나 보면서 추측성 기사나 쏟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예가 될지도 모른다. 즉, 언론의 수준이 네티즌의 수준이나 별달리 차이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정작 금메달리스트들은 알지도 못하는 '금메달송' 해프닝에 얼씨구나 좋다고 화답한 스타들도 뻘쭘함을 감출길이 없어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일을 가지고 스타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이건 아직 명확히 사실확인이 안된 일을 가지고 떠벌리며 먼저 떡밥을 던진 언론들에게 책임이 있으며, 스타측에서 보았을 때 홍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스타마케팅에 있어서 도저히 물지 않을 수 없을만큼 매력적인 떡밥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민적인 경사이자 좋은일에 괜히 고추가루를 뿌릴 필요는 없다.
그런데 어째서 금메달리스트들과 관련된 사실확인이 안된 떡밥은 잘도 물면서 사격 은메달리스트인 진종오와 역도 은메달리스트인 윤진희에 대해서 언급을 하는 스타들은 아무도 없는 것일까? 현재 스타들은 스쳐가는 인연과 미니홈피의 배경음악까지 동원하여 금메달리스트와의 인연을 만들어내고 그를 통해서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금메달리스트들과는 소위 사돈에 팔촌까지 인연을 동원하며 접점을 만들기 바쁜 스타들이 은메달리스트들에게는 잘했다는 축하인사조차 인색하기 그지없다. 은메달은 축하를 받을만한 일이 아닌 것일까? 언론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금메달리스트들과 관련된 기사들은 사실확인이 안된 일까지 크게 부풀려서 써내느라 바쁘면서 은메달리스트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를 말해달라고 그 어떤 스타에게도 요청하지 않고있는 것이다. 또한 금메달리스트들과는 스쳐가는 인연까지 동원하여 스타들과의 접점을 만드느라 혈안이 되어 있으면서 은메달리스트들과 스타들은 접점을 만들려는 시도조차 하지않고 있다.
국민들은 세계 최강자로 우뚝선 순간 매트에 주저앉아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싸나이 최민호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곧 그가 왜 그토록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도 알게 되었다. 유도를 좋아했고, 아테네에서 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기뻤던 최민호는 금메달리스트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받았던 차별과 설움을 최강자로 우뚝선 순간 뜨거운 눈물로서 날려버렸던 것이다. 어째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 올림픽 대표선수들은 세계 3위로서 동메달을 따고도 차별과 설움을 받아야만 할까? 어째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 올림픽 대표선수들은 세계 2위인 은메달을 따고도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하며 대성통곡을 해야만 할까? 금메달리스트에게 쏟아지는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스타들의 관심이 은메달, 동메달리스트들에게도 이어졌다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일례로 이효리와 소녀시대가 소위 '금메달송'으로 자신들의 노래가 경기장에서 울려퍼졌다는 사실만을 마냥 좋아하기보다는 금메달리스트들 못지않게 은메달, 동메달리스트들에게 진심어린 축하인사를 전했다면 언론들도 이를 국민들에게 알렸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언론이 사실확인도 안된 일을 가지고 호들갑을 떨며 스타와 인터뷰를 할때 은메달, 동메달리스트들에 대한 축하도 부탁했다면 국민들도 은메달, 동메달리스트들을 이렇듯 쉽게 잊어버리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유달리 전 세계적인 훈남들을 많이 배출한 유도 -60kg급 경기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은메달을 딴 루드비히 파이셔 선수와 동메달을 딴 루벤 후케스의 모습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동메달을 따고도 마치 금메달을 딴 한국선수마냥 좋아하며 경기장을 껑충껑충뛰는 루벤 후케스의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과, 자신을 한판으로 메쳤음에도 불구하고 주저앉아 울고있는 최민호를 일으켜세워 따뜻히 안아주고 손을 들어올려주어 최민호가 세계 최강임을 전 세계에 알려준 루드비히 파이셔의 모습은, 오직 금메달리스트들에게만 환호와 열광을 쏟아내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부끄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파이셔와 후케스는 진심으로 경기를 즐겼고 최선을 다한 경기에 대한 승패를 깨끗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로인하여 자신이 얻은 성과를 진심으로 기뻐하였다. 우리의 언론이, 우리의 스타들이, 우리 국민들이 최민호가 동메달을 따고도 설움을 받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선수들도 파이셔나 후케스처럼 멋진 훈남으로서 경기자체를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싸나이 최민호가 세계 최강자로 우뚝선 순간 그간의 설움에 복받친 눈물이 아니라 환호와 영광에 찬 밝은 웃음을 웃게 만들지 못한 책임은 언론, 스타, 국민 모두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대비되는 최민호, 파이셔, 후케스의 모습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언론과 스타들은 오직 금메달리스트들에게 매달리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에 실로 씁쓸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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