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TV에서는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절대강자 '1박2일'을 피해 일요일 저녁 6시대로 해쳐모인 MBC '우리 결혼했어요'와 SBS '패밀리가 떴다'가 치열한 격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격전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절대강자 '1박2일'이 굳건히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물러설 곳이 없기에 그야말로 밀리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패밀리가 떴다'가 이정도로 빠르게 치고 올라와줄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어쨌든 '패밀리가 떴다'는 코너를 분리독립 시키는 초강수까지 쓰며 '우리 결혼했어요'를 따라잡았고 이제 상황은 누가 유리하고 누가 불리하다고 섣불리 말할 수 없을정도로 백중세를 형성하고 있다. 자고로 전쟁은 저명한 인류학자의 말대로 깃발싸움이라 볼 수 있다. 누가 가장 용맹하게 맨 앞에서 깃발을 흔들며 나아가 상대편 진영에 깃발을 꽂느냐로 전쟁의 승패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현재 '우결'의 깃발을 쥐고 있는 출연자는 신애이며, '패떴'의 깃발을 쥐고 있는 출연자는 박예진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우결'과 '패떴'이 벌이는 경쟁의 성패는 '신애 vs 박예진'의 승패로 인하여 결정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신애는 '몰래카메라편'을 통해서 단숨에 '우결'의 에이스로 올라섰다.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신애가 180도 달라져 기존의 '괴력신애'에 '발랄신애'까지 매력을 더했던 것이다. 특히 예고편이 나왔을 때부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몰래카메라를 특유의 연기력, 센스, 순발력으로 성공시킨 신애의 모습은 시청자들로서는 그야말로 신애의 재발견이나 다름없었다. 솔비와 서인영의 매력은 이미 충분히 어필했고, 황보가 좀처럼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달라진 모습으로 존재감을 급상승시킨 신애가 제작진으로는 반가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결'은 분기별로 프로그램의 인기를 선두에서 이끌었던 에이스가 존재해왔다. 예능의 여왕자리를 이어간 솔비와 서인영이 바로 그들이다. 그런데 이제 신애가 그 자리를 물려받을 준비를 끝낸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으로서는 내심 황보가 그 역할을 맡아주길 기대했으나 황보가 좀처럼 감을 못잡고 있는 상황에서 신애의 부상은 '패떴'과의 격전을 벌여야만 하는 제작진으로서는 가뭄속의 단비같을 것이 분명하다. 신애는 다른 출연진들과 달리 아직 그 매력이 감추어져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하나씩 하나씩 풀어놓으며 프로그램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애는 '우결'의 깃발을 쥐기에 최적격자라 볼 수 있다.
달콤 살벌한 예진씨는 '패떴'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확실한 에이스카드이다. 유재석은 '무한도전'과의 차별성 논란에 시달리고, 이효리는 호불호가 갈리며, 김수로는 아직 확실한 포지션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패떴'에서 보여지는 박예진의 모습은 모든 것이 새롭고 신선하며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반증으로 '패떴'에서 박예진이 하는 행동들 하나하나가 언론의 조명을 받고 시청자들의 커다란 관심을 받고 있다. 토종닭을 시상식 포즈로 움켜잡고, 숭어의 머리를 칼등을 내리쳐 눈알이 튀어나오게 만드는 모습들은, 지금까지 감추어져 있던 박예진의 매력들이기에 시청자들로서는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 도회적이고 세련되었던 박예진의 기존에 이미지를 뒤엎는 것이기에 지켜보고 있는 것이 즐겁기까지 하다. 박예진은 '패떴'의 시작되자마자 에이스로 부상하여 깃발을 쥔 채 프로그램을 '우결'과 대등한 상태로까지 빠르게 이끌었다. 지금까지 '패떴' 관련 기사들 중에서 박예진에 관한 내용들이 가장 많았다는 사실이 그에 대한 확고한 반증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제 박예진은 어찌보면 자신과 가장 비슷한 상대인 신애라는 경쟁자를 만나 치열한 깃발싸움을 벌여야할 처지에 놓였다.
지금까지 알렉스-신애 커플에는 묘한 긴장감 같은 것이 존재했다. 마치 카드로 만든 집인 것처럼 아름답고 로맨틱하기는 하지만 언제 무너져내릴지 모를 것 같은 불안함이 잠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복귀 이후로 매사를 소극적으로 임하기만 하는 신애의 태도로부터 비롯되었다. 언뜻보면 신애는 복귀하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주변의 성화로 인하여 억지로 복귀한 것 같았다. 알렉스를 대하는 태도가 복귀 이전보다 한발짝 더 후퇴한 상태로 좀처럼 알렉스가 이끄는대로 따라와주지 않았던 것이다. 덕분에 하차와 복귀를 하는 과정에서 적지않게 비호감을 쌓았던 알렉스는 좀처럼 시청자들에게 어필되지 못했고, 하차 이전에 큰 사랑을 받았던 로맨틱함이 복귀 이후로는 느끼함으로 인식되는 부작용마저 나타났다. 이렇듯 알렉스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자 '우결'은 중장년층 시청자들을 끌어올 수 없었으며 시청률 정체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알렉스-신애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호감을 얻지 못한 채 출연분량마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제작진은 부부동반 바캉스라는 승부수를 던졌고 이는 그야말로 120% 효과를 발휘했다. 바다라는 장소에서 비슷한 또래인 쌍추커플과 어울리게 되자, 신애가 그동안의 소극적인 모습에서 탈피하여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어찌보면 이전까지의 상황을 가장 답답해 했던 것은 신애 본인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신도 변화하고 싶은데 마땅히 그 계기가 없었던 상황에서, 쌍추커플과 어울리게 되면서 마침내 변화의 계기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신애는 남편들을 속이는 몰래카메라에 임하면서 표정 4종세트를 선보이며 이제까지의 출연분량 중에서 가장 신나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신애의 나이에 어울리는 발랄함이며 장난끼였다. 자고로 뭐든지 제 나이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줄 때 가장 예쁘기 마련이다. 몰래카메라에 밝은 모습으로 임하는 신애는 지금까지 '우결'에서 보여준 모습중에서 가장 예뻤으며 신애의 매력이 흠씬 묻어났다. 혹자들은 '우결'의 몰래카메라가 리얼리티를 훼손했다고 말하는데, 십여년전 이경규가 맨처음 몰래카메라를 시도했을때 사람들은 몰래카메라의 장점을 리얼리티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황당한 상황에 처했던 스타들의 리얼한 반응을 볼 수 있었기에 몰래카메라는 큰 인기를 모았던 것이다. 즉 몰래카메라는 '우결'의 리얼리티를 훼손한다기 보다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원조로서 '우결'에 리얼리티를 더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증거로 많은 시청자들이 황당한 상황속에서 리얼한 반응을 보였던 알렉스에게 다시금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가식적이고 느끼해서 싫다고 입을 모아 말했던 시청자들이 난감한 상황속에서 여성들이 가장 원하는 모습을 보여준 알렉스에게 다시금 로맨틱함을 느끼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다시 어필하기 시작하는 알렉스의 매력만으로도 '우결'의 몰래카메라는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신애가 '우결'에서 매력적인 표정 4종 세트를 보여주었다면, 박예진은 '패떴'에서 섹시한 인어의 자태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패떴'의 방영이 끝나자마자 인터넷의 대형 커뮤니티들에서는 박예진이 잠수복을 입은 모습을 캡쳐한 사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게시판을 점령해 버렸다. 캡쳐사진 밑에 '참으로 바람직한 방송이며 바람직한 자태'라는 장난끼어린 댓글들이 달릴 정도로 박예진의 모습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바로 이런 점이 박예진이라는 에이스를 가지고 있는 '패떴'의 유리함이다. 박예진은 방송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예측을 불허한다. '패떴'에 출연하기 전까지 대중들은 박예진이 숭어의 머리를 칼등으로 내리쳐 눈알이 튀어나오게 만들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박예진은 '패떴'에서 그런 일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천연덕스럽게 해내고 있다. 도무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예측이 불가능하니 시청자들로서는 '패떴'으로부터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고 본방을 사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제부터 출연 프로그램의 운명을 쥔 채 경쟁을 벌여야만 하는 신애와 박예진이 이전까지만 해도 예능에 출연한적도 없으며 예능에 어울리는 이미지도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정극배우로서 이미지 관리를 하며 자신들의 본모습을 숨겨오는데 주력했던 연예인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예능에서 아직 가공되지 않은 보석의 원석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의 매력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놓고 그 매력이 크게 어필할 수 있을만한 상황이 제대로만 주어진다면 이들은 지금까지 예능을 지배했던 가수들보다 훨씬 더 길고 오랫동안 예능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가수들은 대중에게 자신을 노출하는 빈도가 높아서 이미지를 소비할 수밖에 없지만, 연기자들은 노출빈도가 적어서 이미지를 정제해 놓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제 일요일 저녁 예능의 판도는 가수들이 아니라 연기자들의 대결로 옮겨졌다.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함으로 '신애 vs 박예진'의 대결 역시 매우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밀리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패떴'으로서는 이효리를 능가하는 활약을 보여주는 박예진이 예뻐서 업고 춤이라고 추고 싶을 것이며, '우결'로서는 가장 필요한 순간에 구세주처럼 180도 변신한 모습으로 나타나준 신애가 가뭄속에 맞는 단비처럼 고마울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승패는 물론 어느쪽이 유리하고 불리하다는 예측조차 하기 힘들다. 다만 누가 깃발을 쥘 것인지 결정된 만큼 다른 출연자들은 물론 제작진들까지 이들이 상대편 진영에 깃발을 꽂을 수 있도록 최대한 서포트 해주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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