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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섹션: 드라마

태왕사신기 17회 -2007년 11월 8일


태왕사신기 17회

2007년 11월 8일 방송분
방영: MBC
연출: 김종학
각본: 송지나
출연: 배용준, 문소리, 이지아 등

17회는
이제까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던 '태왕사신기'의 낮은 퀄리티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제작진의 멋진 한방이었다. 갑자기 퀄리티가 급상승한 17회를 보며 이전까지의 16회분이 이 한방을 위한 준비가 아니었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스토리는 여전히 구멍 투성이었다. 그냥 밀면 열리는 성문, 도끼로 부수기만 해도 되는 연가려 저택의 대문, 청룡의 신물을 가지고 있음에도 담덕에게 현무의 신물만을 달라고 하는 기하의 발언 등등. 하지만 17회의 전체적 완성도에 비한다면 이정도의 허점은 애교로서 봐줄만 했다.

17회에서는 시청자들이 그토록 애타게 기다렸던 전투씬이 마침내 펼쳐졌다. 광개토태왕이란 거대한 존재감에 어울릴만한 대규모의 전투씬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입으로만 전쟁을 하던 담덕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칼을 휘두르며 적을 제압해가는 모습은 멋있다 못해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만들었다.
 
'반지의 제왕'과 '300'이 적절히 혼합된 전투씬들의 구성과 연출 역시 이제까지 대한민국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퀄리티를 작렬시켰다. 특히 수지니의 무빙샷 씬들과 씰루엣 전투씬은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전투씬들의 최고 백미였던 화천의 장로와 담덕의 대결씬은 김종학 PD가 여전히 액션장면의 구성과 연출, 그리고 그것들을 최적으로 이어붙이는 편집에 대가임을 증명했다.
 
17회는 또한 담덕의 적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하여 그동안 모호했던 선악의 구분에 마침내 확실한 선을 그었다고 볼 수 있다. 담덕의 적은 호개가 될 수 없었다. 담덕의 적이 호개로 한정되는 순간 '태왕사신기'는 쥬신제국을 건설하는 왕의 서사시가 아니라 고구려라는 작은 나라의 왕권을 놓고 싸우는 야사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제 담덕의 적이 화천의 기하임을 분명히 함으로서 담덕은 고구려를 너머 쥬신제국을 건설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17회에 사용된 CG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제까지의 어색했던 CG들에 비해서 17회에 나온 CG들은 꽤나 드라마에 녹아들아 있었다. 특히 전투씬에서 적을 벨때마다 나왔던 피튀기는 모습의 CG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색이 붉지않아서 잔임함과 선정성 논란에서 벗어났음은 물론 적절히 사용함으로서 전투씬들의 완성도를 높였다.

중요 대사들과 전투씬들의 연출이 멋지게 조화된 17회는 '태왕사신기'를 통해 그동안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것을 마침내 보여주었다. 시청자들은 부드러운 목소리에 멋진 눈빛을 날리는 순정만화의 주인공 '욘사마'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쥬신의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서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그것을 결행하는 태왕 '담덕'을 원했던 것이다.

완소 수지니를 통해서 예고편 낚시까지 완벽하게 해낸 17회를 보면서 솔직히 기대를 접었던 '태왕사신기'에 대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일류 제작진들임으로 그들이 하려고 하면 일류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이다. 모쪼록 17회를 전환점으로 그동안의 시행착오에서 벗어나 멋진 드라마를 만들어주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