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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섹션: 드라마

이산 15회 - 2007년 11월 5일


이산 15회
2007년 11월 5일 방송분
방영: MBC
연출: 이병훈
각본: 김이영
출연: 이서진, 한지민, 이종수


'허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상도'를 지나 '대장금'에서 정점을 찍은 이병훈 PD식 퀘스트형 사극은 양날의 검이라 볼 수 있다. 퀘스트의 특성상 전개가 스피디할 수밖에 없어서 시청자들의 긴장감 유발과 몰입도를 높일 수 있지만, 조선시대의 왕궁이라는 시대적 공간적 제약으로 인하여 퀘스트 소재의 중복성과 한정성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MBC의 전략적인 '태왕사신기' 밀어주기로 인하여 동시간대 경쟁작인 '왕과나'보다 몇주 늦게 시작된 '이산'은 한번 본 것은 특별한 계기가 없는한 계속 시청하는 사극 시청자들의 '관성'으로 인하여 최근까지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인터넷의 게시판들을 통해서 극의 짜임새는 '이산'이 더 낫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지만, 이미 '왕과나'를 먼저 보기 시작한 시청자들의 '관성'을 돌려놓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랬던 '이산'이 15회에 이르러서 마침내 '왕과나'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근소하게나마 처음으로 역전을 해내었다. 역전한 수치가 매우 근소할뿐만 아니라 화요일 방송에서 다시 재역전될 가능성이 다분하므로 크게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지만, 유달리 '관성'에 좌우되는 사극 시청자들의 눈을 돌려놓는데 성공했다는 점만으로도 '이산'은 충분히 박수 받을만하다.

15회는 언론에서 언급한대로 정조, 중전, 송연의 러브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지는 않았다. 그에 반하여 꼴통 대수를 무과에 합격시키기 위하여 백방으로 뛰며 생고생을 하는 홍국영의 모습이 더욱 비중있게 다루어졌다. 더불어 혜경궁 홍씨와 화완옹주의 긴장감 넘치는 기싸움을 보여줌으로서 사극의 재미중에 하나인 치맛바람이라는 요소도 양념으로 첨가했다.

최초의 시청률 역전뿐만 아니라 15회는 '이산' 자체적으로도 꽤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드라마 자체의 전개에서 전환점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답답할 정도로 당하기만 하던 정조가 드디어 본격적인 반격의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정조와 송연의 지지부진 했던 러브라인의 본격적인 시작을 예고했으며, 홍국영이라는 책사의 영입을 통한 본격적인 본격적 두뇌싸움의 시작을 알렸기 때문이다.

14회까지 이어져오면서 재미있기는한데 너무 당하기만 하는 정조의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이 답답해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답답함이 15회에서 해소되기 시작했기에 시청자들은 매우 반가울 수밖에 없다. 더불어 앞으로 홍국영이라는 두뇌와 대수라는 오른팔을 얻은 정조가 어떤식으로 퀘스트를 수행하며 정적들에게 복수할지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이산'에 계속 잡아둘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동안 '이산'은 경쟁작보다 늦게 시작된 방영과 반복된 퀘스트 형식의 식상함으로 인하여 드라마의 완성도에 비해서 시청률이라는 성과에서 아쉬운 결과를 얻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제작진이 초심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와 같이 빠른 전개와 반전이라는 퀘스트의 공식을 잘 지켜내며 러브라인까지 제대로 살려낸다면 '이산'의 시청률 역전은 앞으로도 꾸준히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