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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섹션: 버라이어티

상상플러스 153회 - 2007년 10월 30일 방송


상상플러스 153회

 2007년 10월 30일 방송분
MC: 탁재훈, 이휘재, 신정환, 유세윤
게스트: 박건형, 신지

포멧의 오랜 고정으로 인하여 식상함에 시달리고 있던 상상플러스가 간판 코너인 세대공감 'old&new'를 과감히 내리고 '책 읽어주는 남자'를 시작한지 4주째에 접어들었다. 소위 대박을 친 올드앤뉴는 그동안 소재고갈과 식상함으로 코너의 수명이 다했다는 평을 들어왔다. 덕분에 코너자체의 힘보다는 일명 게스트빨에 의해서 그날 방송분의 재미가 가늠되는 상황에까지 왔던 것이다. 이에 제작진은 과감히 대박코너를 내리고 MC와 게스트들이 책을 읽어주는 코너를 신설하여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려고 시도하고 있다.

출판계가 불황에 시달릴 정도로 책을 안 읽는 요즘 세태에 변화를 꾀하고, 시청자들에게 교양과 지식을 전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간판급 버라이어티에서 책을 읽어주는 시도는 신선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잘만 살리면 출판계도 살릴 수 있고 휘발성 재미가 아니라 교양이 가미된 웃음을 시청자들에게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153회는 게스트로 최근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뮤지컬의 홍보에 열을 올리는 있는 박건형과 여자의 몸으로 험난한 파도를 뚫고 독도까지 다녀올 만큼 열성적으로 9.5집을 홍보중인 신지가 짝을 이루어 나왔다. 수많은 버라이어티 경험을 통해서 못해도 최소한 평균을 해주는 일명 안전빵 게스트인 신지와 특유의 재치로 자신의 경험담을 맛갈나게 전달할 줄 아는 박건형의 조합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특히, 박건형이 전한 뮤지컬 공연중에 생긴 에피소드들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여기에 더불어 신정환이 말한 'I love you'라고 짖는 개에 대한 에피소드는 이발 방송분의 백미라 할만하다.

이렇듯 '스타댓글' 코너까지는 게스트들의 입담과 MC들의 추임새로 인하여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재미를 선사해 주었다. 그러나 메인코너인 '책 읽어주는 남자'에 들어서자 상상플러스의 재미는 급격히 떨어지고 말았다. 우선 그날 선정된 책에 나오는 문장을 보고 빈칸을 채우는 코너는 평이했다. 하지만 책 선정을 위한 게임은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전해주기 보다는 그들만의 잔치인듯이 보였다. 하고 있는 사람들도 보고 있는 사람들도 어디에서 웃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MC들이 추임새를 넣어 코너를 살려보려고 노력했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책을 갖기 위한 게임이라는 것이 긴장감이나 승부욕을 자극하기 어려웠다. 책을 읽어줄 대상이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어떤 책이 좋은 책일지 출연자나 시청자들이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책선정 게임에서부터 재미가 급격히 떨어진 상상플러스는 '책 읽어주는 남자' 코너에서 지난 3주동안 반복됐던 실수를 이번에도 어김없이 되풀이했다. 책을 읽어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긴장감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올드앤뉴에서는 어렵사리 모르는 단어를 맞추고 그 뜻까지 써보며 아나운서가 '공부하세요', '정답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어떤 희열같이 것이 느껴졌지만, 모신 손님이 읽어주는 문장을 단순히 끝까지 듣느냐 아니냐에 따라 긴장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예전 세대간에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인터넷은 그 단어를 찾는 검색어들이 곧바로 순위에 들곤 하였다. 그만큼 긴장감으로 인해서 그 단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처럼 단순히 모신 손님이 읽어주는 문장을 끝까지 듣느냐 아니냐는 긴장감과 상관없이 개인의 선호에 따라 갈리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문제를 맞추는 과정을 통해 MC들에게서 터져나왔던 웃음이 책을 읽어주는 단순한 과정에서는 그 여지가 현격히 줄어든다는 문제점도 지적하고 싶다. 탁재훈이나 신정환처럼 개인기가 출중하지 않으면 책을 읽는 단순한 과정에서 뭔가를 해볼 여지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책을 다 읽어주었다고 해서 마치 승리한 것인냥 세리머니를 하는 것도 눈에 거슬렸다. 그것은 모르는 문제를 맞춘 것과는 다르게 단지 모신 손님의 호불호에 따른 것이기에 승리한 것이라 볼 수 없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성공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모신 손님들이 호감을 나타내는 게스트들이었다.
결론적으로 개편된 상상플러스의 '책 읽어주는 남자'라는 코너는 그 취지는 좋으나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식의 단순한 코너는 MC들의 컨디션에 따라 크게 좌우됨으로 앞으로 상상플러스는 코너의 힘을 통해 안정적으로 고시청률을 이어가기 보다는 MC들과 게스트빨에 의해서 널뛰기 하는 시청률과 만날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