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어느 누가 예상했을까? 어설픈 따라쟁이 같던 '1박2일'이 오늘날 국민 프로그램이 되어 현존 예능의 최강자이자 연예프로그램의 신화를 새롭게 써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기사들에 따르면 '1박2일'은 연예프로그램으로서는 꿈의 시청률인 평균 30%대의 시청률을 무려 3주 연속으로 달성했다고 한다. '백두산편 3회'-31.1%, '전북장수편 1회'-35.3%, '전북장수편 2회'-32.7%를 기록했던 것이다. 이는 전체 시청률 순위로 보았을 때 7월 13일에는 전체 2위, 7월 20일에는 전체 1위, 7월27일에는 전체 2위에 해당되는 대기록이다. 시청자들에게 외면받았던 '준비됐어요'팀이 '무한도전'과 비슷한 리얼 버라이어티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따라쟁이들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형만한 아우없고, 진품을 넘어서는 모사품이 없듯이 '1박2일'은 얼마 못가서 '무한도전'이라는 벽에 막혀 흐지부지 사라지게 될 거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그러나 2007년 8월 5일 '충북영동편'으로 첫방송을 시작한 '1박2일'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스스로를 꾸준히 업그레이드 시켜나가 2007년 12월 9일 '가거도편'을 통해서 시청자들로부터 공감과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으로서 인정받게 된다. 멤버들의 하차와 합류가 계속되고, 끊임없이 '무한도전'을 표절했다는 비난을 받고, 따라쟁이라는 굴레를 쓴 채 방송시작 4개월만에 이루어낸 쾌거였다.
이미 잘 알려져있다시피 '1박2일'의 모태는 '무한도전-아이스 원정대'이다. 유재석의 입으로 '리얼 로드 버라이어티'라고 정의된 '무한도전'팀의 2박3일간 뉴질랜드 여행을 가져와, 여행기간을 1박2일로 줄이고 여행장소를 국내로 바꾼 채 무작정 시작된 프로그램이 '1박2일'이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따라서 초기멤버들도 지금처럼 여행과 공연에 어울리는 구성이 아니라 '무한도전'처럼 웃음을 줄 수 있는 개그 캐릭터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강호동, 이수근, 지상렬, 은지원, 김종민, 노홍철로 이루어진 멤버들은 은지원을 제외하고 확실한 개그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다분히 '무한도전'의 멤버들을 염두에 둔 채 만들어진 구성이라 볼 수 있다. 초기 '1박2일'이 '무한도전'을 따라한 것은 비단 멤버구성뿐만이 아니었다. 생고생, 배고픔, 이기주의라는 '무한도전'의 주요 3코드를 거의 그대로 가져다가 얼굴에 철판깔고 그냥 썼다. 그로인하여 초기 '1박2일'을 보면 전혀 배고파 보이지 않고 전혀 먹을거에 목숨걸 타입이 아닌 멤버들이 밥 한숟갈에 흥분하여 싸우는 웃지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얼마전까지 '1박2일'의 제작방식은 지극히 단순했다. '무한도전'에서 시도하여 성공을 거둔 아이템을 가져다가 몇주후에 '1박2일'에 맞도록 가공하여 사용했던 것이다. '무한도전'에서 MBC 예능국 국장이 등장하면 몇주후 '1박2일'에도 생뚱맞게 KBS 예능국 국장이 등장하고, '무한도전'에서 하하의 어머니가 등장하면 몇주후 '1박2일'에서는 MC몽의 어머니가 등장하고, '무한도전'에서 멤버별로 소형카메라를 한대씩 붙여 쵤영을 하면 몇주후 '1박2일'에서도 멤버들에게 소형카메라를 하나씩 쥐어주는 식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1박2일'은 늘 표절논란에 시달렸으며 '무한도전'이 예능의 트렌드를 이끄는 선구자의 이미지였다면 '1박2일'은 뇌없는 따라쟁이의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것은 '무한도전'의 총사령관 김태호 PD를 겨냥하여 '1박2일'의 이명한 PD가 시도때도 없이 방송화면에 얼굴을 노골적으로 들이대는 모습이었다. 시청자들이 김태호 PD는 제작자로 인정해 주었다면 이명한 PD는 뜨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으로 취급하여 비난이 쏟아졌던 것이다.
비난이 절정으로 치달았던 것은 '여서도편'이었다. 섬주민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며 소통을 함으로서 큰 호평을 받았던 '가거도편'과 달리 '무한도전-무인도 특집'을 따라한 '여서도편'은 비록 재미는 있었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굳이 '무한도전'을 따라하지 않아도 '가거도편'처럼 '1박2일'만의 색깔로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이 도무지 '무한도전'에서 벗어나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캐릭터들이 확립되었으며 고정시청층이 탄탄함에도 제작진은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아이템으로 승부하려하기 보다는 '무한도전'에서 성공을 거둔 아이템을 가져와 사용하려는 타성에 젖어 있었던 것이다. 그로 인하여 '가거도편' 이후로 일요일 저녁 예능의 강자로서 잘나가던 '1박2일'은 '무한도전-무인도 특집'을 따라한 '여서도편'으로 인하여 시청자들로부터 쏟아지는 큰 비난에 직면하고 말았다.
'여서도편'으로 큰 비난에 직면했던 '1박2일'이 '동강편'을 기점으로 마침내 '무한도전'의 그늘을 점차 털어내기 시작했다. '무한도전'에서 성공한 아이템을 가져다가 가공하여 '1박2일'에 적용하는 비중을 점차 줄이고 '1박2일'만의 고유한 아이디어와 아이템으로 승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무한도전'에서 벗어나기 작업에 돌입한 '1박2일'은 시청자들에게 '1박2일'만의 매력인 사람냄새, 따뜻한 정, 그리고 소통을 내세웠다. 전교생이 8명밖에 되지 않는 강원도 정선의 운치분교에 찾아가 아이들과 함께 따뜻한 정을 나누고 그곳의 주민들과 사람냄새 풀풀 풍기는 모습으로 소통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앞으로 '1박2일'이 나아가야할 방향이었으며 '1박2일'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었다. 더불어 그 이전까지만 해도 '1박2일'의 여행이 단순히 도시인들의 야생체험이자 MT 같았다면, '가거도편'과 '동강편'을 거치면서 멤버들은 자연과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그곳의 주민들과의 소통에 공을 들였다. 즉석에서 공연을 벌이고, 주민들과 정을 나누고, 게임을 통해서 동질감을 느끼는 모습은 '1박2일'의 MT를 진정한 의미의 여행으로 업그레이드 시켰던 것이다.
추측컨데 '1박2일'의 이런변화는 그동안 대놓고 방송에 얼굴을 들이대던 이명한 PD가 뒤로 빠지고 실질적인 책임자인 나영석 PD가 전면에 나선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커다란 비난을 받았던 '여서도편' 이후로 매주 한번씩 방송에 얼굴을 비추었던 이명한 PD의 모습이 점차 방송에서 사라지더니 이명한 PD의 역할을 '1박2일'의 실질적인 책임자인 나영석 PD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한도전'으로부터 벗어난 '1박2일'을 만드는데 나영석 PD를 비롯한 실질적인 연출진의 아이디어와 아이템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나영석 PD가 이명한 PD의 역할을 대신한 이후부터는 '무한도전'과 차별화되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아이템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던 복불복 마라톤을 들 수 있겠다. 애초부터 실질적인 연출자가 누구인가에 따라서 '김태호 PD vs 이명한 PD' 구도가 아니라 '김태호 PD vs 나영석 PD' 구도로 가는 것이 옳았다.
여기에 허당승기와 은초딩으로 대표되는 '1박2일'의 사랑받는 캐릭터들이 '1박2일'만의 색깔을 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은초딩은 하하의 상꼬맹이 캐릭터와 비슷하게 출발하였으나 점점 차별화되고 있다. 비록 둘 다 생때와 막무가내를 내세우지만, 상꼬맹이는 영원히 철이 안드는 캐릭터라면 은초딩은 어른의 머리꼭대기에 앉아있는 캐릭터이다. 더욱이 은초딩은 여행이 계속되면서 점차 철이 들고 있다. 허당승기는 기존에 리얼 버라이어티에는 존재치 않았던 캐릭터였다. 이기주의, 거짓, 탐욕에 물들지 않은 채 헛점 투성이에 늘 당하지만 예의바르고 착한 심성을 잃지않는 캐릭터인 것이다. 꽃미남으로서 어디가든 인기순위 1위이고, 모두가 이기심을 내세울때 묵묵히 당해주고, 어디서든 마이크만 쥐어주면 환호받은 공연을 이끌어내는 등등, 지금까지 '1박2일'에서 벌어졌던 감동적인 이벤트들 대부분이 이승기를 활용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보았을때 허당승기는 '1박2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방송이 계속될 수록 특유의 위화감을 지운 채 점차 사람들과 소통의 자연스러워지는 강호동의 변신도 '1박2일'의 차별화를 이룬 결정적인 요인이라 볼 수 있다. 특히 '백령도편'에서 있었던 1대 6의 씨름대결을 통해서 멤버들은 물론 함께한 해병대원들까지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모습은 강호동이 '1박2일'을 통해서 얼마나 업그레이드 되었는지 생생히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이제와서 살펴보면 지상렬, 노홍철, 김종민의 하차는 '1박2일'에게 약이 되었다. 그들이 갑작스럽게 하차한 직후만 하더라도 그들의 빈자리가 커 보이고 그들을 대신한 김C, 이승기, MC몽이 부족해 보였지만, 현재 '1박2일'을 예능의 최강자이자 연예프로그램의 신화로 만든 것은 빈자리를 채운 새멤버들의 절대적인 공헌이 있어준 덕분이기 때문이다. 만약 지상렬, 노홍철, 김종민이 하차하지 않고 계속 자리를 지켰다면 '1박2일'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무한도전'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무한도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 2인자의 자리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박2일'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고 시행착오를 거쳐서 '청출어람'의 신화를 이룩해 내었다. 물론 아직도 '1박2일'은 '무한도전'과 비슷한 부분이 존재한다. 그러나 '1박2일'은 이미 현존 예능의 최강자로서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의 롤모델이 되어주고 있다. '무한도전'에서 '1박2일'이 파생된 것이 바로 얼마전인데, 이젠 '1박2일'에서 '패밀리가 떴다'가 파생되어 나온 것이다. 따라서 더 이상의 표절시비는 무의미하다. '1박2일'은 '무한도전'과는 다른 의미로 이 시대 예능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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