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했어요'가 일본 프로그램의 표절논란에 휘말렸다. 대상이 되는 일본의 연예프로그램은 TBS의 '코이스루 하니카미'로서 일본에서 몇년째 장수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우리 결혼했어요'의 전성호 PD가 프로그램의 포멧을 수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고, 실제로 그런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표절논란은 '우리 결혼했어요'에 적지않은 흠집을 낼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수많은 표절사례들을 접해왔던 대한민국 시청자들은 표절논란이 사실이든 아니든 논란에 휘말렸다는 것만으로도 '우결'의 순수성을 의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네티즌들이 제기하고 언론사가 받아쓰기한 사진들만 보면 영락없는 표절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우결'을 좋아하고 지지했던 시청자들로서는 뒷목을 잡으며 '우결, 너마저도!'라고 탄식을 내뱉을만한 사진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결혼했어요'는 일본 연예프로그램인 '코이스루 하니카미'를 정말 표절했을까?
'코이스루 하니카미'는 일본의 유명 연예인들이 하루동안 데이트를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상대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대에서 만난 남녀 연예인들이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데이트 코스를 통해서 데이트를 즐기며 서로 감정의 교감을 어떻게 나누는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코이스루 하니카미'에는 두가지 규칙이 존재한다. 첫째, 걸을 때에는 반드시 손을 잡고 다닐 것! 둘째, 정해진 장소에서 제작진이 부여한 '하니카밍 플랜'을 수행할 것! 언뜻 보기에는 '우결'과 상당히 비슷해 보이지만 '코이스루 하니카미'를 한번만 봐도 '우결'과는 가는 길이 다른 프로그램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즉, '우결'은 출연자들을 결혼이라는 가상현실속에 몰아넣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가상의 결혼생활을 보여주지만, 그에 반하여 '코이스루 하니카미'는 일종에 연예인들의 블라인드 데이트라고 보면된다. 프로그램이 연예인 남녀를 소개시켜주고 서로 쉽게 친밀해질 수 있도록 미션을 부여해주며 데이트가 알콩달콩해지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우결'의 정체성이자 핵심이 바로 가상현실속의 결혼생활이라고 보았을 때, '코이스루 하니카미'에는 비록 연출된 데이트는 있을지언정 가상으로 부여된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우결'이 적지않게 '코이스루 하니카미'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화면구성, 진행방식, 편집 등등에서 '우결'은 '코이스루 하니카미'와 유사성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결'의 제작진들의 말에 따르면 '우결'을 기획한 것이 3년전이고 '코이스루 하니카미'가 그당시 일본에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었기에, 만약 '코이스루 하니카미'라는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우결'이 과연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우결'은 프로그램의 내용을 담는 그릇을 빌려왔을 뿐이다. 그 안에 담기는 내용은 '우결'과 '코이스루 하니카미'가 서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두 식당에서 동일한 뚝배기를 쓴다고 가정해 보자. 한쪽은 그 뚝배기에 설렁탕을 담아 팔고, 다른 한쪽은 그 뚝배기에 육개장을 담아 판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과연 어느 누가 두 식당이 단지 동일한 뚝배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동일한 음식을 팔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뚝배기가 아니라 뚝배기 안에 담긴 음식이다. 더불어 '코이스루 하니카미'의 포멧도 그들이 만든 고유의 포멧이 아니라 미국에서 대 히트를 쳤던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등의 리얼리티쇼로부터 차용하여 만든 포멧이라 볼 수 있다.
자, 그럼 이제부터는 뚝배기에 연연하여 표절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큰 오류인지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위의 사진들만 보면 '우결'은 영락없이 '코이스루 하니카미'를 표절한 것처럼 보인다. 사진에서 보여지는 나가이 마사루-사카이 와카나 커플의 데이트는 2003년 10월 10일에 방송되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우결'의 내용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다음에 보여질 '코이스루 하니카미'의 실제방송 내용을 본 이후로는 표절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우결'에서 보여진 이휘재-조여정 커플의 마트에서 장보기는 가상 결혼생활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신혼부부의 갈등을 보여주었다. 대형마트에서의 쇼핑을 즐기지 않는 남편, 그에 반하여 남편과 오손도손 쇼핑을 하고 싶은 아내가 결혼생활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관으로 인하여 불협화음을 내고 이를 조정해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코이스루 하니카미'에서 보여진 나가이 마사루-사카이 와카나 커플의 모습은 첫 데이트를 하고있는 커플이 좀더 친밀해지기 위해서 함께 음식재료를 사는 모습이었다. 그들에게는 상황상황이 즐겁고 달콤하기만 할뿐 이휘재-조여정 커플처럼 결혼생활에 대해서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로 인한 충돌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커플들이 놓여진 상황이 다르고 보이는 반응이 천지차이인 것이다.
위의 사진도 언뜻보면 '우결'의 알렉스-신애 커플이 '코이스루 하니카미'의 하야미 모코미치-아사미 레이나 커플을 따라한 것처럼 보인다. '코이스루 하니카미'에 출연했던 그 당시 드라마에서 연인사이로 연기하고 있던 꽃미남 꽃미녀 커플의 로맨틱한 모습이 '우결'에서 로맨틱 컨셉을 맡고 있는 알신 커플과 상당히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코이스루 하니카미'의 실제 방송내용을 보면 두 커플 사이에 연관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코이스루 하니카미'의 하야미 모코미치-아사미 레이나 커플은 프로그램이 부여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첫만남의 두근거림과 어색함, 그리고 첫인상이 데이트를 마친 후 어떤식으로 변해있을지 비교해 보기 위해서 마련된 미션이었던 것이다. 그에 반하여 알렉스-신애 커플은 비록 첫만남의 어색함이 표현되고 있기는 하지만 신혼집에서 가상결혼 생활의 모습을 기록하는 의미로 폴라로이드 사진들을 사용했다. 신혼생활의 순간순간으로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남기고 그때의 상황과 기분을 사진에 글로 적어넣음으로서 신혼생활의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나갔던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하야미 모코미치-아사미 레이나 커플의 폴라로이드 사진은 데이트의 처음과 끝을 의미하지만, 알신 커플의 폴라로이드 사진들은 가상 신혼생활의 계속의 의미하고 있다. 단지 폴라로이드 사진찍기가 동일하게 등장했다고 해서 두 커플의 모습이 표절이라고 보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사진만 보면 '우결'은 하나에서 열까지 '코이스루 하니카미'를 따라한 듯 보인다. 구성, 상황, 포즈마저도 거의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뚝배기의 함정이다. 순간을 포착한 정지사진만으로는 뚝배기만을 알아볼 수 있을뿐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의 맛을 확인할 수 없다. 사진속에서는 완전히 똑같아 보이는 모습도 막상 실제방송 내용을 보면 전혀 느낌과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코이스루 하니카미'의 하야미 모코미치-아사미 레이나 커플은 데이트 코스의 일환으로 교회에서 결혼식 체험을 했다. 서로에 결혼관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결혼식 체험을 통한 스킨십으로 인하여 좀더 친밀해지도록 제작진이 미션을 부여했던 것이다. 그에 반하여 '우결'은 말 그대로 100일 기념 웨딩촬영을 하였다. 비록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비슷한 포즈를 취했지만 두 커플이 처한 상황이 전혀 달랐으며 제작진들이 의도한 목적 역시 틀렸다. 알신 커플의 웨딩촬영은 가상 결혼생활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사용되었지만, 하야미 모코미치-아사미 레이나 커플의 결혼식 체험은 서로간의 감정교감을 위해서 마련된 장치였던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코이스루 하니카미'의 커플은 결혼식 체험을 통해서 연애의 감정을 나누었고, 알신 커플은 웨딩촬영을 통해서 결혼한 이후의 부부애를 심화시켰던 것이다. 두 커플의 출발점이 다르므로 달리는 경로도 도착한 골인점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제 언론에서 제기한 '우결'이 '코이스루 하니카미'를 표절한 증거라는 것들에 대해서 살펴보자. 우선 출연자 독백부분은 '코이스루 하니카미'가 원조가 아니다. 요즘 케이블 TV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미국의 리얼리티쇼들인 '헬스 키친'이나 '어프렌티스'만 봐도 출연자들이 독백을 통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의 리얼리티쇼에서 너무도 흔한 형식을 '코이스루 하니카미'가 차용하여 쓴 것처럼 '우결'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서 사용했던 것이다. 이것이 표절이라고 한다면 대한민국 연예프로그램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예능 프로그램들도 표절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프로그램은 하나도 존재치 않게된다.
언론에서 커플에게 제작진이 미션을 부여하는 제작형식이 동일하다는 것을 표절의 증거라며 들이대었다. 이는 '코이스루 하니카미'를 한번이라도 제대로 보았다면 결코 내세울 수 없는 증거이다. 동영상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코이스루 하니카미'의 '하니카밍 플랜'은 '우결'의 미션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니카밍 플랜'은 구체적으로 행동을 지시하며 커플이 급격히 친밀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그에 반하여 '우결'의 미션은 '김장 담그기', '웨딩촬영 하기', '함께 운동하기' 등등으로 매우 추상적이며 연인으로서가 아니라 가상 현실속의 부부로서 미션을 통해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알고 싶기에 제작진이 부여하는 미션인 것이다. 더불어 '우결'의 미션은 '하니카밍 플랜'처럼 꼭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미션자체가 추상적이기에 '우결'의 커플들은 자기들 멋대로 미션을 해석하여 수행해 왔던 것이다. 연인으로서 친밀해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구체적인 미션과 가상부부로서 어떤 결혼생활을 보여줄지를 목적으로 하는 추상적인 미션이 단지 비슷한 봉투에 담겨 커플에게 부여된다는 사실만으로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봉선의 눈썹이 이효리의 눈썹과 닮았으므로 두 사람은 쌍둥이라고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어이없다고 볼 수 있다.
동심의 로망 '마징가 Z'의 마징가가 국내에서 만들어진 로봇이 아니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이후로 대한민국은 일본 표절 컴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다. '마징가 Z'가 일본만화를 표절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인줄로만 알았던 것이 알고보니 일본 것이라는 사실에 커다란 충격과 상처를 받아왔던 것이다. 그로 인하여 조금만 비슷해도 사람들은 쉽게 표절을 운운하며 우리 것에 상처를 낸다.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 쉽게 판단하고 표절이라 낙인찍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뚝배기가 아니라 장맛이듯이, 표절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겉으로 보이는 몇몇 유사한 장면들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내용, 정체성, 의도를 자세히 살펴봐야만 한다. 뚝배기가 아무리 똑같아도 그 안에는 설렁탕도, 육개장도, 계란찜도 담겨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뚝배기만 보고 그 안의 음식을 미리 판단하는 것은 경솔하기 이전에 어리석다.
어쩌면 '우결'은 '코이스루 하니카미'와 비슷한 뚝배기를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안의 장맛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신봉선이 입은 옷을 이효리가 입었다고 해서 이효리가 신봉선을 표절했다거나 따라했다고 할 수 없듯이, '우결'이 '코이스루 하니카미'의 형식을 빌려와 그 안에 전혀 새로운 내용을 담아 시청자들에게 선사한다면, 대한민국 시청자들은 얼마든지 '우결'을 우리만의 고유한 프로그램이라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우결'의 포멧 수출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제 그만 뚝배기에 연연하는 모습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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