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시작된 신동엽의 부진이 상반기가 지난 올해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했던가? 미디어에서는 여전히 신동엽을 A급 MC라고 분류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못하다. 언젠가부터 신동엽이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들의 이름이 시청률 순위에서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지 오래이다. 신동엽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이름이 시청률 순위에서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것은 지난 5월 31일에 방송된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신동엽의 네임밸류에는 훨씬 못미치는 8.0%라는 다소 초라한 결과였다. 더욱이 그 이후로 신동엽이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들은 시청률 순위권에도 오르지 못할뿐만 아니라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토록 오랜기간 이토록 심한 부진을 이제 단순한 슬럼프라고 평할 시기는 이미 지났음이 분명하다. 신동엽은 현재 확실히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신동엽은 현재 3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KBS '경제 비타민', KBS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 SBS '체인지'가 그것이다. 이중에서 그나마 시청률이 조금은 나와주었던 '체인지'가 '패밀리가 떴다'에 밀려 방송시간대를 옮긴 이후 그야말로 시청자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져 버리고 말았다. '경제 비타민'은 방송초반 나름 선방하는 듯 보였지만 '대왕세종'의 채널 옮기기의 여파로 방송 시간대가 옮겨진 이후로는 그야말로 안습인 상태에 놓여져 버렸다. 요즘 신동엽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샴페인' 역시도 상황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심야 성인 대상 토크쇼를 표방하며 의욕적으로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어필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지만, 몇주 후 그 시간대로 '명랑히어로'가 옮겨오자 곧바로 동시간대 1위자리를 내어준 채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빗겨나간 상태인 것이다. 그렇다면 한동안 실패를 모르며 맡은 프로그램들마다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신동엽이 어째서 요즘에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하는 것일까? 단적으로 말해서 신동엽의 진행방식이 요즘의 트렌드에 비해 너무 낡았기 때문이다. 요즘 잘나가고 있는 다른 MC들에 비하여 신동엽의 재미와 웃음코드는 너무 느리다. 여기에 오랫동안 개선없이 반복되어온 신동엽 특유의 반전개그에 시청자들은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 식상함을 느끼고 있다.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
아니 진짜 패싸움을 하는 것도 검도하는 사람들도 무의식중에 뭔가를 잡고, 권투하는 사람들은 그냥, 유도하는 사람들은 일단 옷을 잡고, 아 근데 굉장히 싸움할 때 안 좋은 게 그 어떤 무슨 무술인데 기를 이렇게 모아야지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이 (기를) 모을때 계속 맞는데요. 모으지 않으면 힘을 발휘할 수 없으니까. 계속 기를 모으고 있는데 너무 많이 맞아가지고.
신동엽의 반전토크는 늘 이런식이다. 기승전결로 이루어져 있으며 '결'의 부분에서 신동엽 특유의 반전이 일어나서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웃음을 전해준다. 그런데 문제는 얼마전까지 먹혔던 이런식의 기승전결 반전토크가 요즘추세에는 안 맞는다는 사실이다. 우선 너무 길다. 요즘의 토크방식은 기승전은 빼버린 채 그냥 툭툭 던진다. 반전을 위해서 미리 상황을 일일히 설명하지 않은 채 주고받는 토크의 흐름 속에서 반전을 일으킬만한 토크를 던지는 것이다. 출연자들이 빠르게 호흡을 주고 받으며 상대의 토크에 반전을 만들어갈뿐 한 사람이 기승전결을 가진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 후 자기 이야기에 자기 스스로 반전을 만들지 않고 있다.
방송 몇주만에 동시간대 1위자리를 '샴페인'으로부터 빼앗아온 '명랑 히어로'를 살펴보자. '샴페인'과 같이 토크를 위주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명랑 히어로'에서는 출연자들의 호흡과 빠른 반응으로 반전토크를 만들고 있다.
-명랑 히어로-
이경규: 김구라가 없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한다. 만약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김구라가) 지나가는척 하며 두어개 들어가지고 또 여기에서(방송에서) 까발린단 말이에요.
윤종신: 하긴 요즘 대기실에 김구라씨가 딱 들어오면 다들 얘기들이 멈추더라고요.
박미선: 아니, 그래서 그런지 김구라씨가 요즘 제 대기실에 들어오려고 하더라고요.
김구라: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저를 또 경계하면 방법이 있어요. 언젠가 화장실은 오겠지. 묻 닫혀 있으면 저 있는 거에요!
윤종신: 하긴 요즘 대기실에 김구라씨가 딱 들어오면 다들 얘기들이 멈추더라고요.
박미선: 아니, 그래서 그런지 김구라씨가 요즘 제 대기실에 들어오려고 하더라고요.
김구라: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저를 또 경계하면 방법이 있어요. 언젠가 화장실은 오겠지. 묻 닫혀 있으면 저 있는 거에요!
'명랑 히어로'의 출연자들은 끊임없이 서로 토크를 주고받으며 상대의 토크에 반전을 건다. 이런식의 토크가 가지는 장점은 흐름이 빠르며 재미와 웃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반하여 '샴페인'에서 신동엽과 조형기가 시도하는 기승전결 반전토크는 일정시간동안 한사람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 일정시간동안 프로그램의 흐름은 끊어질 수밖에 없으며 그 사람이 반전을 성공시킬 때까지 프로그램의 진행은 멈춰져있어야만 한다. 반전토크가 성공하여 큰 웃음을 주면 그나마 나은데 성공하지 못하여 큰 웃음을 주지 못하면 괜스레 프로그램의 흐름과 호흡만 끊어먹는 결과를 낳게되는 것이다. 더불어 신동엽의 기승전결 반전토크는 이미 식상해져 버린 상태이다. 너무 오랫동안 변화없이 반복되다보니 이제 시청자들은 신동엽이 원샷을 받으며 '기'를 시작할 때부터 '결'부분에서 신동엽 특유의 깐죽거리는 반전이 일어날 것임을 예측하게 되어 버렸다. 그로 인하여 '승-전'부분의 과정이 더욱 지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그 중간과정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신동엽의 기승전결 반전토크를 좋아하고 출연자들이 빠르게 호흡을 주고받는 것을 싫어하는 시청자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세가 이미 신동엽의 기승전결 반전토크를 낡은 것으로 만들어버렸다는 사실이다. '해피투게더 시즌3',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명랑 히어로' 등등 요즘 인기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집단 MC체제를 지향하며 발언권을 지정해놓지 않은 상태로 자유롭게 호흡을 주고받으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오디오가 겹치는 것은 다반사요 다른 사람의 말을 중간에 끊어먹기 일쑤이다. 언뜻보면 소란스럽고 어수선해 보이지만 빠른 호흡속에서 끊임없이 재미와 웃음을 전해준다는 장점이 부각되어 어느덧 이런식의 진행이 대한민국 예능계에서 대세로 자리잡았다. 그에 반하여 신동엽은 형식만 집단MC일뿐 프로그램상에서 오디오가 겹치는 일이 거의 없다. 한타임의 발언권은 한사람만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보기 편하고 어수선하지 않아서 좋을 수도 있지만 호흡이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발언권을 가진 사람이 웃기지 못하면 그 타임은 죽울 쑨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결국 신동엽의 낡은 진행방식이 가진 장점이 유재석이 '무한도전'을 통해 만들어 요즘 대세를 이루고 있는 진행방식이 가진 장점보다 더 효과적으로 어필하지 못하기에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는다고 볼 수 있다.
얼마전 유재석-강호동-이휘재-신동엽을 하나로 묶어서 최고의 MC들이라고 칭찬하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이제 신동엽은 최고의 MC라고 볼 수 없다. 유재석-강호동-이휘재가 끊임없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변화되는 트렌드에 적응하여 대세를 형성하는 것에 반하여 신동엽은 자신만의 진행을 나홀로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트렌드에 발맞출 필요는 없다. 그러나 현존 최고의 MC중에 하나라고 불리우는 신동엽이 요즘 거두고 있는 성과는 처참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해피투게더 시즌3'의 유재석, '1박2일'의 강호동, '일밤'의 이휘재가 요즘 대세를 이룬 새로운 트렌드에 발맞춘 진행으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하여 신동엽이 트렌드를 거부한 결과가 1년이 넘는 계속된 부진과 지난 한달동안 시청률 순위권에서 퇴출된 상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고로 최고라 함은 자기방식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자기것을 지키는 것 이상으로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 흐름을 자기것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시대의 흐름과 자기것을 조화시켜 자존심도 취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나가는 운영의 묘가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동엽은 좀처럼 자기방식을 개선하려 들지 않고 있다. 신동엽이 앞으로도 예전의 영광만 믿고 시대의 흐름을 무시한다면, 그는 뛰어난 MC중에 한명이 될 수는 일을지언정 더 이상 최고의 MC라고 불릴 수는 없을 것이다. 최고라는 말은 시대와 호흡하고 그 시대를 이끈 사람들에게나 주어지는 영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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