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저녁 TV를 시청하던 시청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어났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 ▶ KBS '1박2일' ▶ SBS '패밀리가 떴다'의 순으로 방송3사의 예능프로그램을 시청하기로 마음먹고 있던 와중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방송시간이 변경되어 KBS '1박2일'과 SBS '패밀리가 떴다'의 방송시간이 겹쳐버렸던 것이다. 그로 인하여 시청자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 중에서 한 프로그램만을 시청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평균 시청률 30%대인 현존 최강의 예능의 프로그램인데다 백두산 여행이라는 커다란 화제성까지 갖춘 '1박2일'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거두며 한참 승승장구하고 있던 '패밀리가 떴다'를 시청률 순위권에서 밀어내버렸다. 이를 두고 미디어에서는 '1박2일'이 '우리 결혼했어요'를 피해서 '패밀리가 떴다'를 밟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현존 최강의 예능이라 불리우는 '1박2일'은 왜 굳이 비난을 듣게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라나는 새싹인 '패밀리가 떴다'를 가혹하게 밟아버린 것일까? 기본적인 상도의를 무시한 채 왜 굳이 현존 최고의 MC인 유재석에게 굴욕을 안긴 것일까? 여기에는 다소 복잡한 속사정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얼마전까지 일요일 저녁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와 KBS '1박2일'이 양분하고 있었다. 하지만 말만 양분일뿐 실상은 '1박2일'이 거의 더블 스코어 차로 '우리 결혼했어요'에 시청률면에서 앞선 상태였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평균 시청률이 18%대이지만, '1박2일'은 평균 시청률이 30%대 중반이기 때문이다. 즉, '1박2일'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우리 결혼했어요'를 찍어 누를 수 있을 정도의 격차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1박2일'이 시간대를 겹치게 편성하여 '우리 결혼했어요'를 아무리 찍어눌러도 '우리 결혼했어요'의 시청률이 16%대 이하로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말해서 '1박2일'과 '우리 결혼했어요'의 겹치는 시청자층이 약 2% 정도밖에는 안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1박2일'이 중장년층을 위주로 시청자층이 형성된 것에 비하여 '우리 결혼했어요'는 젊은층 위주로 시청자층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박2일'이 '우리 결혼했어요'와 정면대결을 벌여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동시간대 1위라는 허울좋은 명예뿐인 상황이다. 대신 광고수주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평균 시청률의 하락을 감수해야만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1박2일'은 굳이 '우리 결혼했어요'를 찍어누르려 하지 않은 채 동시간대 1위자리가 필요하면 방송시간을 늘려 차지하곤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병맛 예능의 대명사 SBS가 유재석+이효리+김수로라는 최강조합에 최근 예능의 여왕으로 급부상중인 달콤살벌한 박예진까지 더한 '패밀리가 떴다'라는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1박2일'로서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원조인 유재석이 새로운 리얼 버라이어티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신경이 쓰이는데 '패밀리가 떴다'의 소재마저도 '1박2일'과 겹쳤다. 도시의 스튜디오를 벗어나 자연과 야생이 숨쉬는 시골 속에서 그곳의 환경과 주민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재미와 웃음을 찾아낸다는 점에서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는 닮은꼴인 것이다. 소재가 닮은꼴이라는 말은 아무리 멤버의 구성이 다르고 전혀 다른 재미와 웃음코드를 내세운다고 해도 주시청층이 겹칠 수밖에 없다. 즉, '1박2일'과 '우리 결혼했어요'의 주시청층이 중장년층과 젊은층으로 확실히 구별되는 것에 반하여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의 주시청층은 중장년층으로 동일한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패밀리가 떴다'가 '1박2일'의 시청률을 잠식해 들어올거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패밀리가 떴다'는 유재석+이효리의 국민남매와 이효리+박예진의 최강투톱의 활약으로 인하여 방송 2회만에 평균 시청률 15.6%, 분당 최고 시청률 24%라는 놀라운 성과까지 거두고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1박2일'로서는 자신들과 소재와 주시청층이 겹치고 무서운 기세로 치고올라오고 있는 '패밀리가 떴다'가 더 크기전에 자근자근 밟아놓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한가지 문제가 더 존재한다. 곧 '우리 결혼했어요'의 방송시간이 확대편성된다는 사실이다. 주시청자층이 겹치지 않고 현재 가장 큰 화제성을 가지고 있는 '우리 결혼했어요'의 시간확대는 그렇지 않아도 기존에 겹쳤던 30분 때문에 적지않게 시청률을 깎아먹었던 '1박2일'로서는 상당히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맞대응을 하자니 양쪽 다 시청률을 깎어먹을 뿐임이 자명했다. 거기에다 등뒤에서는 '패밀리가 떴다'가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1박2일'이 '우리 결혼했어요'와 '패밀리가 떴다' 사이에서 샌드위치처럼 끼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1박2일'측은 다소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양측에 끼어 샌드위치가 되기전에 소재와 주시청층이 겹치고 유재석이라는 무서운 존재가 버티고 있는 '패밀리가 떴다'를 가혹하게 밟기로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현존 예능의 최강자 '1박2일'측을 긴장하게 만든 '패밀리가 떴다'의 1등공신들은 이효리와 박예진이라 볼 수 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전직요정 이효리와 달콤 살벌한 박예진 조합이 갖는 시너지 효과가 '패밀리가 떴다'의 엔진역활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두 사람이 묘한 라이벌관계를 형성하지 않았다면 '패밀리가 떴다'는 '무한도전'의 시골버전이자 '1박2일' 따라하기라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초반부터 이효리와 박예진이 예상외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맹활약을 펼쳐주자 시청자들은 '패밀리가 떴다'를 보며 '무한도전'과 '1박2일'을 떠올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짓궂게 장난치는 이효리와 소심하게 당하는 유재석이라는 남녀의 역할이 뒤바뀐 국민남매 컨셉은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한 상태이다. 이효리가 박명수의 역할을 120% 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방송이 너무 이효리+유재석+박예진 위주로 돌아가는 바람에 김수로, 윤종신의 설자리가 줄어들고 나머지 멤버들의 활약이 미비하지만, 천데렐라 이천희처럼 방송이 계속되면 될수록 차츰 캐릭터들이 만들어져 자리잡게 될거라 예상해볼 수 있겠다.
이제 칼은 빼들어졌고 그로 인하여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의 진검승부는 피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미 현존 최강의 예능으로 자리잡은 '1박2일'에 비하여 '패밀리가 떴다'가 여러모로 분리하지만, 가장 높이 솟아오르는 나무는 새싹시절 다른 나무들에 가려 햇빛 한번 제대로 받지 못했던 나무임을 기억해야만 한다. 어차피 예능의 최전방인 일요일 저녁시간대에 출사표를 던진만큼 '패밀리가 떴다'는 타 프로그램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미 '1박2일'의 방송시간 급변경으로 인하여 굴욕을 당한 '패밀리가 떴다'에게 앞으로 또 어떠한 굴욕이 기다리고 있을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1박2일'이 현재 출연진들이나 제작진들의 역량이 최절정기에 달해있는만큼, 앞으로 '패밀리가 떴다'에게 찾아올 굴욕들이 결코 만만치는 않을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패밀리가 떴다'는 위축되어 자멸하지 말고 오히려 방송시간을 늘려 '1박2일'과 제대로 맞짱을 떠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무한도전'에 눌려 굴욕을 당했던 '라인업'은 갈수록 스스로 위축되어 결국 종영당했지만, 시청률 4%대라는 굴욕속에서도 늘 최선을 다했던 유재석은 결국 살아남아 '무한도전'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음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어쨌든 예능의 최전방인 일요일 저녁의 예능판도는 앞으로 더욱 더 흥미진진해질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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