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방송에서 이경규가 진행을 맡고 있는 프로그램인 '방과 후 학교'에 출연한 이벤트 전문 MC 방우정은 수제자 김제동에 대하여 매우 인상적인 말을 하였다. 김제동의 스승인 방우정의 말은 김제동이 대중들에게 어필했던 매력과 장점을 집약해서 표현하고 있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었다.
맨 처음 제동이의 얼굴을 봤을 때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얼굴이라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제동의 재능과 성실에 대한 신뢰로 내가 4년째 맡았던 놀이동산 진행을 김제동에게 과감히 물려줬다.
맨처음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하였을 때, 김제동은 방송인이라기 보다는 방송현장에서 재미있는 우스개 소리로 방청객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바람돌이처럼 보였다. 특유의 입담으로 재미있기는 했지만 도저히 방송인처럼 보이지 않는 외모였던 것이다. 그러나 김제동 특유의 입담에 익숙해지고 윤도현의 추천으로 방송에 데뷔한 방송인임이 알려지자 시청자들은 점차 그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렇듯 김제동을 방송에 데뷔시켜준 사람은 윤도현이지만, 정작 김제동을 프로 방송인으로 만들어준 사람은 이경실이었다. 당시 주말저녁에 방송되는 연예프로그램인 '콜럼버스 대발견'을 진행하고 있던 이경실이 김제동을 데려와 보조진행을 맡겼던 것이다. 그 프로그램에서 먼저 동료 출연자들을 웃기기 시작한 김제동은 점차 시청자들마저 특유의 입담으로 즐거움을 선사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경실의 '콜럼버스 대발견'을 통해서 시청자들 보다 동료 방송인들에게서 먼저 주목을 받았던 김제동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 계기는 강호동, 박수홍의 '야심만만'에서 보조MC로 출연한 이후부터였다. '야심만만'의 전성기를 열고 월요일 밤 11시대 부동의 강자로서 자리매김하게 만들어준 사람은 단연 김제동이었다. '야심만만'은 김제동과 궁합이 기가막히게 잘 맞았고 김제동의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었던 최적의 무대였다. 당시 김제동은 매회 방송마다 '김제동 어록'을 쏟아내며 그때까지 존재치 않는 토크방식을 선보였다. 다방면의 폭넓은 지식을 문학적 감수성과 유머감각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표현해 내었던 것이다. 즉, 김제동은 '야심만만'에서 마지막 주자를 의미하는 '앵커'의 역할을 했다고 보면 된다. 출연자들이 주제에 맞혀 쏟아낸 이야기들을 끌어모아 하나로 정리하여 결론을 내려줌으로서 프로그램의 마침표를 찍어주었던 것이다. 그럼 시청자들은 방송내내 아무생각 없이 즐겁게 웃으며 시청하다가 김제동의 정리로 인하여 뭔가 얻은듯한 뿌듯함을 느끼며 프로그램의 시청을 기분좋게 끝낼 수 있었다.

이렇듯 '야심만만'에서 겉보기에는 불쌍해 보이는 외모에 결코 대단해 보이지 않는 김제동이 입만 열면 주옥같은 멘트들을 쏟아내 자신을 대단해 보이도록 만들었다. 거기에다 성실하고 예의바른 자세로 남을 비하하거나 상대의 실수를 부풀려 웃음을 주기보다는, 남을 칭찬해주고 상대의 실수를 감싸주는 방송태도로서 주변 동료들은 물론 시청자들에게서도 큰 호감을 샀다. 김제동은 어찌보면 시대를 잘 만났다고 볼 수 있다. 수비형 개그의 일인자인 김국진이 방송에서 모습을 감춘 직후 대중들이 수비형 개그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었던 순간에, 김국진의 수비형 개그에 특유의 입담을 조화시켜 대중들에게 자신을 효과적으로 어필하였던 것이다. 만만해 보이는 외모+주옥같은 멘트+성실하고 예의바른 태도 등등이 결합되자 한때 방송에서 여성 연예인들이 자신의 이상형으로 김제동을 꼽는 것이 유행 될 정도로 김제동의 전성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2005년에 자신의 출세작들인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야심만만'을 모두 박차고 나온 김제동은 유능한 보조MC에서 프로그램의 얼굴인 메인MC로 업그레이드 되어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김제동은 특히 KBS 유명 아나운서들과 호흡을 많이 맞추었는데, 대한민국에서 대표적으로 잘난 여성들인 인기 아나운서들과 대한민국에서 대표적으로 불쌍해 보이는 외모인 김제동이라는 조합이 갖는 시너지 효과는 대단했다. 그 당시 김제동의 인기코드는 두가지라 볼 수 있다. 잘난 여성들인 인기 아나운서들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입담과 잘난 여성들과 만들어가는 평범남의 스캔들이었다. 대중들은 못난 사람이 잘난 사람과 엮어지는 스캔들을 좋아하고 지지와 환호를 보낸다. 박경림과 조인성이 뜰 수 있었던 것은 시트콤 '논스톱'에서 커플로서 맺어졌기 때문이며, 양동근과 장나라가 오랜 무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시트콤 '논스톱'에서 러브라인을 형성했기 때문이었다. 김제동은 '스타골든벨'에서 얼음공주 노현정을 살짝살짝 녹이며 은근한 스캔들을 만들어갔고, '연예가중계'에서는 예쁜푼수 강수정과 대놓고 밀고당기기를 하며 노골적인 스캔들을 형성해 갔던 것이다. 이런 김제동의 전략이 효과적으로 먹혀 김제동은 큰 인기를 얻게된 것은 물론 2006년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의 영예를까지 거머쥐게 된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 듯이 2006년 'KBS 연예대상'의 대상수상 이후로 김제동은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먼저 방송환경이 스튜디오 중심에서 야외 중심의 리얼 버라이어티로 대세가 옮겨갔으며, 김제동과 호흡을 맞추며 스캔들을 키워갔던 여성 아나운서들이 거의 동시에 방송에서 하차하고 말았다. '스타골든벨'에서 노현정 대신 들어온 박지윤 아나운서는 공개연인이 존재하였기에 김제동이 스캔들 자체를 만들 수 없었으며, '연예가중계'에서 강수정 대신 들어온 한지민은 아나운서가 아닌 연기자이기에 스캔들을 만드는 것이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대중들이 좀처럼 용납해 주지 않았다. 그렇게 호흡을 맞추던 노현정과 강수정이 하차하자 김제동은 스스로 변화를 꾀하였다. 스튜디오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활동하는 주말 예능의 세계로 진입을 시도했던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은 없다', '간다투어', '고수가 왔다' 등을 통해서 김제동은 기본적으로 리얼 버라이어티에 맞지 않으며 정리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만을 대중에게 확인시키고 말았다. 즉, 김제동은 이미 존재하는 상황을 포장하고 정리하는 능력은 최고이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처럼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순간적인 기지와 센스만으로 재미와 웃음을 만드는 능력은 떨어진다.
여기에 김제동은 최악의 악수를 두고 만다. 침체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자신의 장점인 수비형 개그를 버리고 요즘 대세인 공격형 개그를 시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불가능은 없다', '간다투어'를 통해서 김구라에게 공격형 개그를 배운 김제동은 '스타골든벨'에서 더이상 여성 아나운서들과 스캔들을 만들 수 없게되자 대신 출연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지석진이 공격하면 김제동이 감싸주는 조화가 존재했다. 그러나 김제동마저 지석진과 함께 출연자들을 마구잡이로 공격을 하자 '스타골든벨'은 세대간을 이어주는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명성을 급격히 잃어버린 채 현존 최악의 막장 방송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되었다. 여기에 김제동이 파트너를 지석진으로 바꾸자 박지윤 아나운서를 대신하여 들어온 윤수영 아나운서는 방송에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채 시종일관 박수치며 웃는 방청객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안하던 몸개그를 시도하고, 막말을 주고받고, 출연자들에게 가학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김제동을 시청자들이 더이상 예전의 그로 보아줄리 만무하다. 전혀 연예인 답지 않은 외모이지만 언제나 성실하고 예의바른 방송태도를 견지하였기에 김제동이 입만 열면 빛이났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연예인들과 하등에 다를 것이 없는 모습이기에 김제동이 아무리 멋진 말을 쏟아내어도 예전과 같은 효과가 나지 않는다. 소위 '그렇게 잘난척 해봤자 너도 어차피 똑같은 인간이다!'라는 생각이 대중들의 뇌리속에 들어와버린 것이다.
이제 김제동은 자신에게 전성기를 가져다주었던 '야심만만'으로 돌아왔다. 야외 중심 리얼 버라이어티에 맞지 않고, 더이상 여성 아나운서들과 스캔들을 만들 수 없는 김제동이 자신의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스튜디오 중심의 토크쇼로 회귀한 것이다. 그러나 김제동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대중의 시선은 이미 바뀌었다. '야심만만 시즌1'에서는 기존의 연예가에 존재치 않았던 새로운 캐릭터이자 특유의 입담과 매력으로 어필했던 김제동이지만, '야심만만 시즌2'로 돌아온 김제동은 흔하디 흔한 캐릭터이자 특별할 것 없는 연예인으로 이미지가 전락해 버린 것이다. '스타골든벨'에서 출연자들에게 소금과 춘장으로 만들어진 빙수를 먹이며 낄낄거리던 김제동을 보았던 시청자들이 '야심만만 시즌2'에서 출연자들을 감싸주며 멋들어진 멘트들을 쏟아내는 김제동을 보며 예전과 같은 감동과 환호를 보내줄거라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다. 기본적으로 '김제동 어록'이 가진 매력과 힘은 불쌍해 보이는 외모를 한순간에 빛나 보이도록 만드는 감성적인 멘트들과 그를 뒷받침해주는 예의바르고 성실한 방송태도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김제동은 '스타골든벨'의 가학적인 방송모습으로 인하여 예의바르고 성실한 방송태도의 이미지를 잃고 말았다. 따라서 '야심만만 시즌2'에서 '김제동 어록'은 존재할 수 있으나 예전처럼 큰 사랑을 받을지는 미지수일 수밖에 없다.
현존 최고의 MC들인 유재석과 강호동도 분명 단점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이 본좌로 인정받는 이유는 변화되는 방송환경에 맞혀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하여 김제동은 변화되는 방송환경에 함몰되어 장점을 극대화하는 대신 오히려 장점을 버리고 말았다. 장점을 잃은 방송인은 효용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제동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김제동만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제동은 그 장점을 잃었다. 그의 몰락은 바로 거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김제동이 다시 제기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자신의 다른 장점들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 이미 잃은 장점들은 과감히 포기하고 나머지 장점들만이라도 변화된 방송환경에 어울리도록 극대화하여 시청자들에게 어필해야만 하는 것이다. 일례로 성실하고 예의바른 방송태도로 인한 착한남자의 이미지를 잃었지만, 동료 출연자들의 값싼 멘트를 값비싸 보이도록 포장해주는 능력은 아직 인정받고 있다. '야심만만 시즌2'를 통해서 이런 능력을 극대화할 수만 있다면 '김제동 어록'은 다른 의미에서 시청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Posted by 웅크린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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