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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순위가 점차 감동도 웃음도 환희도 사라진 채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3일 KBS '뮤직뱅크'에서 '원더걸스'의 'Nobody'가 컴백 2주만에 압도적인 점수로 1위를 차지했다. 예상을 하지 못했는지 얼떨떨해하는 '원더걸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한편으로 가요순위 1위자리의 경쟁이 어쩐지 김빠진 맥주나 사이다처럼 밍숭맹숭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뮤직뱅크'에서 1위자리를 놓고 경합한 가수들은 오랫동안 1위자리에 있던 '빅뱅'의 '하루하루', 컴백한지 3주된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어쩌다', 컴백한지 2주된 '원더걸스'의 'Nobody'였다. 가요순위 1위라는 정상을 정복하기 위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올라온 노래들이라기 보다는 발표되자마자 훌쩍 정상으로 점프를 해버린 노래들이 누가먼저 정상에 발을 들여놓느냐를 놓고 싱거운 경쟁을 벌였을 뿐이다. 이런식의 경쟁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이효리의 'U-GO-Girl'과 '빅뱅'의 '하루하루'는 발표된지 1주만에 가요순위 1위를 차지했었다. 다른 가수들은 정상이란 목표로 하여 힘겹게 올라가고 있는데 이효리, '빅뱅', '원더걸스'등은 아예 정상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런 현상이 몇몇 가수들에게 빈번하게 발생하다보니 이제 가요순위 1위자리는 힘겹게 올라서는 목표가 아니라 활동을 시작하는 발판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느낌마저 들고 있다.

이효리, 빅뱅, 원더걸스의 노래들이 가요순위 1위자리를 차지할만한 자격이 없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들의 노래는 발표되자마자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무엇보다도 압도적인 점수를 얻었기에 1위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컴백하자마자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문제가 아니라 가요순위의 경쟁이 사라진 현상자체가 가요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등반가 엄홍길이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엄홍길이 에베레스트에 오를때 몇날 며칠동안 갖은 고생을 하며 걸어서 정상을 정복하는 것과 헬리콥터를 타고 단숨에 정상에 오르는 것과는 엄홍길 본인이 느끼는 감회도 다르겠지만 지켜보는 사람들의 감동도 천지차이이다. 모름지기 그 어떤 도전이든 과정이 존재해야만 결과가 찬란하게 빛나는 법이다. 도전의 과정에서 땀과 열정 그리고 희노애락이 피어나 결과를 영광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가수들의 가요순위 1위도전에는 그 과정이 부재하다. 따라서 1위의 영광은 존재하지만 그 찬란함이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1992년 'MBC 10대가수 가요제'에서 노사연이 오랜 무명의 설움을 걷어내고 '만남'으로서 마침내 가요대상을 차지했을때, TV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저 커다란 덩치의 노사연이 감격에 겨워 뒤로 넘어가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자신보다 훨씬 가녀린 강수지에게 의지한 채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한 노사연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만남'을 노래했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가창력 본좌인 박효신은 지금까지 1위를 차지했던 것이 딱 한번뿐인 걸로 기억한다. 2002년 발표한 '좋은사람'으로 SBS '인기가요'에서 딱 한번 1위를 했던 것이다. 그당시 박효신은 벅차오르는 감격과 감동으로 인하여 앵콜곡을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 이렇듯 길고 길었던 무명시절을 떨쳐내거나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마침내 1위자리에 올라선 가수들이 1위의 영광속에서 그동안의 회환을 쏟아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경우는 우리 가요사에서 비일비재했다. 더불어 그런 가수들이 많았을 시기일수록 우리 가요계는 풍성했고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호황을 누렸었다. 그들이 땀과 열정을 쏟으며 정상을 향해 오르는 과정을 대중들이 함께 지켜보았기에 마침내 정상에 오른 순간 그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진심어린 박수를 쳐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뮤직뱅크'에서 1위를 선정하는 근거인 K-chart들을 살펴보면 올 한해동안 계속된 경향들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차트순위 1~3위는 몇몇 가수들이 고정으로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고, 두번째는 차트 아래에서부터 꾸준히 상승한 곡들이 1위를 차지하는 경우는 거의 존재치 않았다는 사실이며, 빅스타가 차지하고 있던 1위자리는 또다른 빅스타가 컴백해야지만 내준다는 사실이다. 이는 가요순위 1위자리가 몇몇 빅스타들만의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렸음을 반증한다. 또한 예전처럼 무명이라고 해도 노래가 좋고 성실하게 활동하여 한계단 한계단 밟아올라가면 언젠가 1위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이 희박해 졌음을 의미하고 있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올해만큼 신인대박이나 오랜 무명설움의 탈출을 이루어낸 가수들이 없는 경우도 드물다. 신인이나 무명가수가 아무리 열심히 활동하여 차근차근 올라가봤자 빅스타들이 컴백하여 단숨에 1위를 차지하는 요즘같은 추세에서 신인대박이나 무명신화는 아예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빅스타들에게도 좋지 못한 현상이다. '원더걸스'는 'So Hot'이 워낙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자 'This Time'이란 좋은 발라드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속곡 활동을 하지 않은 채 활동을 접고 새로운 앨범을 발표했다. 이효리는 'U-Go-Girl'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자 앨범에 수록된 다양한 곡들을 선보이려했던 당초 계획을 수정한 채 후속곡 활동을 서둘러 마무리 지었다. 심지어 '빅뱅'은 이번 미니앨범 3집의 수록들이 고르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와중에서도 압도적인 인기를 끌었던 타이틀곡 '하루하루'만으로 앨범활동을 끝냈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이는 타이틀곡의 압도적인 인기를 후속곡이 이어가기에는 상대적으로 버겁기 때문이고 컴백하는 빅스타에게 1위자리를 내주어야만하는 '그들만의 리그'의 법칙을 빅스타들이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타이틀곡의 활동을 가요순위 1위자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았다면, 컴백하는 빅스타에게 쉽게 1위자리를 내주어야만하는 '그들만의 리그'의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효리와 빅뱅같은 빅스타들이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고 땀과 열정을 쏟아 만든 앨범 수록곡들을 이리도 쉽게 포기하였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요즘 음악순위 프로그램은 재미가 없다. 순위결정 과정에서 예전같은 긴박감과 극적인 흥분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최근 가요계도 흥미가 덜하다. 빅스타가 컴백하면 가요계를 휩쓰는 패턴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원더걸스'의 'So Hot'-> 이효리의 'U-Go-Girl'->'빅뱅'의 '하루하루'->'원더걸스'의 'Nobody'로 이어지는 가요순위 1위자리의 패턴에서 예전처럼 손에 땀을 쥐는 흥분과 긴장을 느끼거나 무명가수나 신인들의 땀과 열정으로 이루어낸 성공신화에 감동을 느낄 대중들이 존재할리 없다. 이런 패턴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가요순위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점점 더 암울해질 것이며 새로운 피의 유입과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성공신화가 없는 가요계는 빅스타들만의 잔치로 전락하게될 가능성이 크다. 빅스타들의 뛰어난 스타성과 대중적인 음악들도 좋지만 가끔씩은 빅스타 서태지를 신인가수 테이가 누르며 가요순위 1위를 차지했던 예전의 가요계가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그때는 노래만 좋으면 얼마든지 1위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가요계에 존재하였고 대중들은 그런 가수들을 응원해 주었기 때문이다. 가수들의 팬클럽들뿐만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가요계를 만들어야만 가요계가 예전의 호황기를 다시 재현할 수 있지 않을까?     

Posted by 웅크린 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