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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 테러(Planet Terror, 2007)
장르: 액션/좀비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
출연: 로즈 맥고완, 프레디 로드리게즈, 말리 쉘튼 등
러닝타임: 106분

맥시코 해안가로 가서
바다에 등을 지고 스스로를 보호하며 살아야 해.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헐리우드에서도 손꼽히는 스타일리스트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만의 특유한 스타일, B급유머,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들을 영화를 통해서 확인할 때마다 관객뿐만 아니라 평단까지도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무한한 잠재력에 기대를 걸곤 했었다. 그러나 1992년 저예산 영화의 신화를 쌓아올렸던 충격적인 데뷔작 '엘 마리아치' 이후로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잠재력은 1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발휘되지 않고있다.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최신작을 볼때면 늘 이번 영화보다는 다음 영화를 기대하곤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스타일은 어느덧 정체되어 버렸으며 오직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만으로 승부를 거는 일이 잦아졌다. 이쯤되면 로버트 로드리게즈에게서 발휘될만한 잠재력이라는 것이 애초부터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보이고 있는 로버트 로드리게스의 영화들이 그가 만들 수 있는 최대치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이런 의심은 이번에 170억짜리 블럭 버스터 '놈놈놈'을 들고나오는 김지운 감독에게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1998년 재기발랄했던 저예산 영화 '조용한 가족'으로 데뷔한 이후로 평단과 관객들은 김지운만의 장르 비틀기가 적용된 영화들을 보면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 아쉬움을 느끼곤 했다. 좀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좀더 멋들어진 작품이 만들어질 것만 같은데, 아쉽게도 김지운 감독의 영화들은 늘 문턱에서 주저앉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들은 늘 김지운 감독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치를 부풀려 놓았다. 한국에서는 보기드문 스타일리스트인 김지운 감독의 능력과 재기발랄함, 그리고 아이디어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놈놈놈'을 봐서도 알 수 있듯이 김지운의 신작들은 기대를 한껏 모은 것에 비하여 막상 뚜껑이 열리면 어김없이 아쉬움을 던져준다. 늘 한발작이 모자라 문턱에서 주저앉는 일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이제 슬슬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로버트 로드리게스처럼 김지운도 지금 보여주는 것이 그의 가진 한계는 아닐지?

'플래닛 테러'은 대놓고 B급으로 만든 영화이다. 비가 내리는 화면, 의미없이 내뱉어지는 겉멋들린 대사들, 인과관계를 무시한 전개, 어처구니 없는 반전까지 TV가 없던 시절에 미국인들의 유일한 낙이었던 헐리우드 B급 영화의 미덕을 모조리 재현하고 있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스토리가 아니라 스타일이다. 마초 아니면 겁장이로 표현되는 남성 캐릭터들, 아무 의미없이 화면을 채우는 쭉쭉빵빵한 여성 캐릭터들의 섹시한 자테, 어처구니 없는 애국심 코드, 극명하게 대비되는 선과 악 등등. 쿠엔틴 타란티노처럼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시네마 키드인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자신의 감수성이 형성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B급 영화들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어떤 식으로 받아들였는지 '플래닛 테러'의 스타일안에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B급 영화의 미덕들을 살짜쿵 비트는 것도 잊지 않았다. 헐벗은 자태의 섹시한 여주인공의 한쪽 다리를 잘라내고 기관총을 달아놓고, 겉멋들린 마초임에도 불구하고 왜소한 외모로 인하여 전혀 위압감을 주지 못하는 남자 주인공을 내세웠으며, 21세기에만 통용되는 유머를 곳곳에 심어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플래닛 테러'의 한계는 거기까지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도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영화답게 더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B급 영화의 미덕을 열심히 재현하고 살짜쿵 비트는 것까지는 좋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서 어떤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즉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영화는 과정만 존재할뿐 결과가 부재하다. 덕분에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영화들을 보면 시원하게 볼일을 본 후 뒷처리를 하지않은 듯한 아쉬움과 허전함이 느껴지곤 한다. 1992년 충격적인 데뷔작 '엘 마리아치' 이후로 16년이 지나 2007년작 '플래닛 테러'까지 이와같은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영화들 특유의 아쉬움과 허전함은 조금도 나아지지 못했다. 이번에 '놈놈놈'을 들고나오는 김지운 감독도 혹여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된다. '놈놈놈'에서 마저도 '조용한 가족'에서 느꼈던 아쉬움과 허전함이 또다시 느껴진다면 일찌감치 김지운 감독의 한계에 대해서 인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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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웅크린 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