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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에서 생중계된 45회 대종상 시상식에서 참으로 민만한 공연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영화인들의 축제에 뜬금없이 인기 아이돌인 '원더걸스'가 나와 영화와 아무런 관련없는 그들의 히트곡인 'So Hot'을 부르는 모습이었다. 당최 'So Hot'이 영화제와 어울리는 노래인지부터 실로 의문이었으며 아무런 호응없는 무대에서 듣게되는 '원더걸스'의 그야말로 생생한 라이브 실력은 TV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얼굴마저 민망함으로 인하여 붉어지게 만들었다. 영화인들이 지난 한해를 결산하고 자축하는 자리에 아이돌의 공연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으며 그들의 민망하기 그지없는 가창력은 무대를 사로잡지도, 시선을 집중시키지도, 영화인들과 함께 호흡하지도, 진심어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지도 못했다. 가창력 짱인 인순이를 데려다가 '거위의 꿈'을 부르게 했어도 호응을 얻기 슂지 않은 자리에 가창력보다는 이미지로 어필하는 아이돌 가수를 세워놓는 것은 핀트가 안 맞아도 심하게 안맞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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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적지않은 시청자들이 대한민국에서 내놓라하는 영화배우들과 영화 관계자들로부터 전혀 호응을 얻지 못한 채 민망한 무대를 보여주고 있는 '원더걸스'의 모습을 보며 마치 데자뷰 같다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얼마전 역시 SBS에서 생중계한 44회 백상예술시상식에서 '소녀시대'도 똑같은 굴욕을 당했기 때문이다. 전혀 호응없는 무대에서 그야말로 민망한 라이브 실력을 보여주던 '소녀시대'는 용감하게도 무대아래로 내려가 호응을 이끌어내려 했지만 그것마저도 처참하게 실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쯤되면 SBS가 양대 인기 여성 아이돌그룹에게 굴욕을 안겨주는데 맛이 들린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기본적으로 영화인들의 축제에 가창력으로 무대를 사로잡지도 못하고, 영화와 관련없는 노래를 부르는 아이돌 가수가 끼어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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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의 영화제중에서 가장 화려하며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듣는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을 살펴보자. 지난 2월에 있었던 8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영화인들의 축제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야만 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80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 시상식에서 참석한 영화인들에게서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무대를 연출하고 어떤식으로 공연을 해야만하는지 잘 알 수 있다. 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와 관련이 없는 무대와 공연은 아예 존재치 않았다. 물론 시상식 중간중간에 화려한 공연과 무대가 있었지만 아카데미 주제가상의 후보들 위주로 영화의 감동을 되새겨볼 수 있도록 무대와 공연이 연출되었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연은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주제가를 두고 멋지게 연출된 무대였다. 11살짜리 소녀가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이며 무대를 바라보는 영화인들은 물론 TV를 지켜보는 시청자들마저도 영화 '어거스트 러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도록 만들었다. 영화제의 공연이란 이런식으로 연출되어야만 한다. 인기있는 가수라고 해서, 최신 인기곡이라고 해서 영화제에서 보여질 수는 없다. 영화제는 영화인들의 축제이며 어디까지나 영화를 중심으로 만들어져야만 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기에서 펼쳐지는 공연도 노래 혹은 가수를 돋보이기 위한 연출이 아니라 영화를 돋보이기 위한 연출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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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찌하여 우리나라 영화제에서는 영화와 관련없는 공연이 자주 펼쳐지곤 하는 것일까? 관객들의 호응을 적극적으로 끌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가창력을 지닌 '원더걸스'의 무대나 뜬금없이 영화축제에 나와 무대를 휘저은 뮤지컬 '시카코'팀의 공연은 남의 잔치에 나타나 감놔라 배놔라하는 격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이 아무리 인기있어도 영화제의 주인공은 영화이자 영화인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인들이 뜬금없이 등장한 '원더걸스'와 뮤지컬 '시카코'팀의 공연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주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영화인들은 '원더걸스'의 공연이나 뮤지컬 '시카코'팀의 공연을 보기위해 온 것이 아니라 지난 1년간 자신들이 이룬 성과를 자축하기 위해 온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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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아이러니했던 것은 작년 44회 대종상 시상식에서는 비록 가수들의 공연이 있긴 했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처럼 영화 주제가를 불러 영화인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었다는 사실이다. 영화인들이 괜히 무게를 잡거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아이돌 가수의 공연에 호응해주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영화와 관련이 있고 자신들의 축제의 분위기를 더해줄 수 있는 공연이라면 영화인들도 얼마든지 호응해마지 않았던 것이다. 영화인들이라고 왜 '원더걸스'와 '소녀시대'가 깜찍하고 귀엽지 않겠는가? 영화인들이라고 해서 '원더걸스'와 '소녀시대'에게 인순이급의 가창력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즉, '원더걸스'와 '소녀시대'의 공연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호응해주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그 공연이 영화인들의 축제와 근본적으로 어울리지 않기에 호응해주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작년에는 나름 성공적으로 가수들의 공연과 영화제를 조화시켰던 SBS가 어째서 올해는 연출하는 영화제마다 여성 아이돌을 뜬금없이 등장시켜 그들의 굴욕을 만드는지 실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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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모든 것은 어울리는 자리가 있고, 또 그 자리에 있을때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법이다. 대중들은 '원더걸스'와 '소녀시대'에게 뛰어난 가창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이 가진 싱싱한 에너지와 밝은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만족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같은 아이돌에게 있어서 영화제는 어울리지 않는 자리이다. 특히 영화와 관련이 없는 자신들의 히트곡을 부르는 아이돌은 영화인들에게 있어서는 초대받지 못한 손님일 수밖에 없다. 만약 '원더걸스'가 자신들의 히트곡인 'So Hot'이 아닌 영화 주제곡을 불렀더라도 영화인들로부터 그처럼 굴욕적인 반응을 얻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좀더 나은 호응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자신들의 노래가 아닌 영화주제곡을 멋지게 소화하기에는 '원더걸스'의 가창력이 받혀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응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가창력이 받혀주지 않는 공연자체는 안습이었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영화제에 아이돌은 어울리지 않는다. 나머지 멤버들은 춤만 추게 하고 '원더걸스'의 선예나 '소녀시대'의 태연 혼자 영화 주제곡을 부를 것이 아니라면, 세상 그 어떤 아이돌이 공연을 하더라도 영화제에서 호응을 얻기란 쉽지 않으며 굴욕 영상만 양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제에서는 오로지 영화만을 위한 공연을, 그리고 아이돌은 아이돌에게 어울리는 공연을 해야만 더이상 아이돌의 굴욕이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Posted by 웅크린 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