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마프 12회: 김혜자의 치매, 인생이란 이름의 막장디마프 12회: 김혜자의 치매, 인생이란 이름의 막장

Posted at 2016.06.19 08:33 | Posted in TV섹션: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12회

방송일자: 2016년 6월 18일

방영: tvN

극본: 노희경

연출: 홍종찬

출연: 고현정, 김혜자, 신구 외...


"나는 내 소설에 나오는 어른들이 좀 예뻤으면 좋겠어요. 애들도 읽고 편하게. 얼마나 좋아. 내가 왜 구질구질하게 그런 이야기를 다 써야해? 신세한탄, 잔혹동화 같은 인생사, 짠하고 슬프고 비참한 이야기를 왜 재미없게!"


어쩌면 노희경 작가가 맨 처음 '디마프'를 기획하며 '박완(고현정)'처럼 생각하며 접근했던 것은 아닐까? 개인적으로도 '디마프'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어른들의 예쁘고 유쾌한 이야기'를 기대했다. 가뜩이나 막장드라마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심지어 뉴스에서까지 자주 볼 수 있는 꼰대들의 막장스런 이야기를 노희경 작가가 굳이 드라마로 만들지 않을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젊은이들도 공감이 팍팍 되는 예능 '꽃보다 할배'처럼 어른들의 예쁘고 유쾌한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 잔뜩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드라마의 뚜껑이 열리자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이게 뭐지? 기껏 연기갑들을 모아놓고 답답하고 짜증나는 저런 이야기를 굳이 해야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조희자(김혜자)'-'문정아(나문희)'가 뺑소니를 치는 에피소드에서는 배신감마저 생겨났다. '믿었던 노희경 작가가 막장을 쓰다니!'라며... 하지만 낯설었던 초반이 지나고 중반에 접어들면서 캐릭터들을 이해하게 되자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 있었다. 꼰대 그 자체가 아니라 그들이 살아온 인생이 막장일 수밖에 없었고, 그 막장인생을 빼놓고서는 우리시대 노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게 진실이니까! 그게 우리 늙은이들의 삶이니까!"


막장은 재미없다는 '박완(고현정)'에게 '오충남(윤여정)'은 막장이야말로 진실이자 늙은이들의 삶이라고 항변했다. 그 순간 '박완'이 깨닫듯이 깨달아지는 게 있었다. 젊은이들은 이제껏 막장드라마를 허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하여 최대한 자극적으로 꾸며서 만든 거짓이라고. 그런데 어른들은 막장드라마를 허구나 거짓으로 바라보는게 아니라 충분히 있을 법한 혹은 직접 당한 적이 있는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들의 지난 삶이 '박완'이 쓰고 싶어했던 것처럼 결코 예쁘고 유쾌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막장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짠하고 슬프고 비참했던 것이다.  



김혜자를 흔히 사람들은 '한국의 어머니상'이라 말한다. 배려하고 인내하고 기꺼이 희생하는... '박완(고현정)'도 '조희자(김혜자)'를 그런 식으로 묘사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조희자'는 거부했다. '그건 가짜야. 난 애들이 괘씸해. 내가 아침부터 밤까지 24시간 얼마나 외로운지 안 쓸거면 난 그 책에서 빼.' 이 장면을 보면서 세대갈등이란 결국 무관심(혹은 비관심)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원하고 편한 '이상적인(?) 노인상'을 설정해 놓은 채, 이 프레임에 맞지 않는 어른들을 꼰대라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정작 '이상적인 노인상'의 장본인조차 젊은이들의 프레임에 맞지 않는데도...


'한국의 어머상'인 김혜자가 '디마프'에서는 결국 치매에 걸리고 말았다. '언니가 이 집구석에서 얼마나 심심하면 사나흘만에 묵주를 백개씩이나 만들 수 있는지 너 꼭 언니 자식들이 알게 해.' 곁을 지켜주는 친구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의 무관심이 불러운 치매였다. '내가 이 작은 몸으로 남편까지 남자 넷을 키웠어. 내가 필요할 때 다 가져다가 쓰고 내가 늙으니까 여기다 가두고.' 자식들에게 쓸모없어졌기에 버려지고 말았다는 좌절이 불러온 치매였던 것이다. 한국의 모든 아버지들처럼 가족을 건사하기 위하여 평생 몸이 부셔져라 아둥바둥 살아온 '김석균(신구)' 역시도 노년이 되어 남은 것은 보람이 아니라 후회뿐이었다. 


  

"너 지금까지 내가 한 얘기... 세상에 그렇게 산 놈도 있다, 그렇게 쓸려면 쓰고 말려면 말어."

    

젊은이들은 세대갈등의 원인으로 '노인들의 몰이해'를 꼽곤 한다. 하지만 '디마프'를 보면서 젊은이들도 만만치 않게 노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례로, 어른들이 막장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거짓으로 만든 자극' 때문이 아니라 '사실에서 비롯된 공감' 때문임을... 어른들이 살아온 인생자체가 막장에 가까웠기에 예쁜 이야기보다 막장 이야기에 더 공감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막장드라마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단, 앞으로는 막장드라마 때문에 세상이 더욱 막장으로 변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려 한다. 먼저 세상부터 막장이 아니어야만 막장드라마가 더 이상 인기를 누리지 못하게 될 테니까. 

  1. 김용우
    참 공감되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게되는 글이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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