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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매 1회
2008년 5월 21일 방송분
방영: SBS
연출: 이용석
극본: 최란
출연: 이준기, 한효주, 박시후, 이영아, 김창완 등

난 일지매니까.

이쯤되면 대한민국 토종 영웅들의 수난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인 토종 영웅인 홍길동을 주성치화한 '쾌도 홍길동'이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입봉PD와 깊이없는 작가진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이도저도 아닌 어중띤 상태로 초라하게 퇴장한지 얼마 지나지않아, 홍길동과 쌍벽을 이루는 토종 영웅 일지매마저도 심히 일본의 닌자스럽게 등장하여 어설픈 CG와 스토리 속에서 매우 어중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닌자를 다룬 일본 비디오 게임에서 차용한듯한 무려 500만원짜리 갑옷을 우리의 토종 영웅인 일지매에게 입혀야만 했는지부터가 의문이며, 현실감있는 액션을 위해서 와이어를 자제했다면서 현실감은커녕 실소밖에 안나오는 어설픈 CG를 드라마에 쳐바른 이유가 실로 궁금하다. '일지매' 1회의 도입부 10분동안 등장한 CG는 대놓고 키치적으로 만들었던 '쾌도 홍길동'의 CG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쾌도 홍길동'의 CG는 '키치의 유히'라도 느낄 수 있었던 반면에 '일지매'의 CG는 이용석 PD가 닌자를 소재로한 비디오게임 매니아가 아닌지하는 궁금증만을 유발시켰기 때문이다.
 
일본 시청자들이 한류 드라마를 보며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 바로 아역들의 열연이다. 일본 드라마에 등장하는 아역들은 연기라기 보다는 학예회수준의 역할극에 머문다. 높낮이 없이 국어책을 읽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시선이 카메라를 따라 이동하기 일쑤인 것이다. 그에반하여 한류 드라마의 아역들은 성인 연기자들의 싸다구를 왕복으로 후려칠 수 있을정도의 열연을 펼치곤 한다. 대표적인 예로 '대장금'에 등장했던 아역들의 연기를 들 수 있겠다. 그런데 '일지매' 1회에 등장한 아역들은 이제껏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거의 대부분이 발연기의 향연을 펼쳐보였다. 넘쳐나는 연기학원에서 열심히 트레이닝을 받고있는 아역들 중에서 이토록 연기 못하는 아역들만 한자리에 모아놓기도 참으로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태왕사신기', '대왕세종', '이산', '왕과나'의 공통점은 드라마의 초반에 등장한 아역들의 연기가 시청자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어 성인 연기자들이 등장하기도 전에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에반하여 '일지매'는 아역들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기가 실로 힘겨웠다. 더욱이 1회가 끝나고 나오는 예고편을 통해서 2회에도 아역들의 연기를 봐야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한숨부터 나왔다. 제작진은 토종 영웅 일지매를 닌자스럽게 보이도록 만들더니, 한류 드라마의 장점인 아역연기마저도 일본스럽게 만들고 말았다.

'일지매'는 퓨전사극스럽지 못하게도 대한민국 드라마의 병폐나 다름없는 뻔한 설정들이 모두 빠짐없이 등장했다. 출생의 비밀, 이복 형제, 삼각관계, 복수, 빈번하게 발생하는 우연 등등. 뭔가 참신하고 새롭게 대한민국의 토종 영웅인 일지매의 모습을 그릴 것 같았던 드라마가 아예 대놓고 한국 드라마의 뻔하디 뻔한 설정을 1회안에 모조리 때려부어넣고 있었다. 당최 이런 뻔한 설정들을 가진 드라마를 대한민국 시청자들은 언제까지 봐야만 하는 것일까? 한류 드라마를 즐겨 보는 외국의 시청자들은 대한민국 사람들은 모두 출생의 비밀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오해하지는 않을까하는 쓸데없는 걱정마저 든다. 여기에 '일지매'의 장면 구성마저도 이제는 퓨전사극의 교본으로까지 자리잡은 MBC '다모'에서 한발자국도 발전하지 못한 상태였다. 특히 실루엣 액션장면들과 매화를 배경으로 한 장면들은 마치 '다모'를 보는 듯 했다. '다모'가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대한민국 퓨전사극들이 2003년에 만들어진 '다모'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실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드라마라기 보다는 닌자를 소재로한 일본의 비디오 게임같은 '일지매' 1회(14.8%)가 주성치 영화같던 '쾌도 홍길동' 1회(16.2%)의 시청률보다 못한 수치를 올렸다. 비록 MBC '스포트라이트'를 물리치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전작 '온에어'의 마지막회(25.8%) 시청률을 이어받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엄청나게 쏟아부었던 홍보에 비한다면 다소 미흡한 시청률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일지매'가 2회부터는 CG의 수준, 스토리의 구성력, 아역들의 연기력이 나아져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시청률이 상승곡선을 그려 수목 밤 시간대의 최강자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더욱이 '스포트라이트'와의 진검승부에서 먼저 1승을 거두었다는 사실은 '일지매'에게 유리한 여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아직 '일지매'와 '스포트라이트'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시청자들을 동시간대 1위인 '일지매'쪽으로 쏠리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지매'는 잊지 말아야만 한다. 드라마의 초반 시청률은 주연배우의 스타성으로 인하여 많이 좌우되는 것이므로, 드라마자체가 완성도를 갖지 못하면 초반에 반짝했던 시청률이 하락세를 면치 못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따라서 '일지매'가 명실공히 수목 밤 시간대의 최강자로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드라마의 완성도를 지금보다 훨씬 더 높여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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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웅크린 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