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8일 방송분
방영: KBS
MC: 유재석, 박명수, 박미선, 지상렬, 신봉선
게스트: 선우재덕, 김지선, 윤정수, 배슬기
'해피투게더 시즌3'의 장점은 즐거운 수다에 있다. 인기있는 연예인들이 목욕탕에 모여 편안한 복장으로 수다를 늘어놓으며 웃음꽃을 피우면, TV를 보는 시청자들도 자신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연예인들의 수다속으로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것이다. 아줌마들의 찜질방 수다를 예능에 도입하여 성공을 거둔 '해피투게더 시즌3'는 점차 그 영역을 넓혀 남성들에게도 수다가 얼마나 재미있고 스트레스 풀리는 일인지 가르쳐주고 있기까지 하다. 한국남자들은 사내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내로 길러진다는 말이 있다. 태어난 이후로 줄곧 '남자답게!', '사내자식이!' 등등의 암묵적인 압박을 받으며 자라기에 자연스럽게 가부장적이 되며 마초적인 남성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피투게더 시즌3'는 가장 사내답지 못하다는 말을 듣는 수다의 세계에 남성을 끌어들임으로서 마초라는 굴레를 등에 짊어지고 살아야만 하는 한국남성들에게 일종의 해방구를 제시하고 있다.
유재석: 김병세씨가 아침 드라마계의 장동건이면 아침 드라마계의 유지태씨...
선우재덕: 뭔가 지금 잘 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요. 사실 톰 크루즈라는 별명을 갖고 있어서...
유재석: 이거 한술 더 뜨시는데요. 저희가 한술 떠 드렸는데, 거기에 하나를 엎으시네요.
그간에는 주로 수다를 풀어놓아줄 아줌마 게스트들이 많았다면, 아침 드라마계의 장동건인 김병세로 대박을 친 이후로 '해피투게더 시즌3'는 아저씨 게스트들의 수다를 프로그램에 적극 도입하기 시작했다. 김병세, 선우재덕 등은 이미 산전수전 공중전 생화학전까지 모두 겪은 베테랑들인데다 주부대상 아침 드라마라는 주활동 무대에서 얻어진 내공을 통해서 누구보다도 아줌마들의 마음을 잘알고 이해하는 아저씨 게스트들이라 볼 수 있다. 하려고만 들면 얼마든지 아줌마들의 가려운데를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는 연예인들인 것이다. 그간 방송의 풍토는 중견 남성 연예인일수록 예능 프로그램을 꺼리며 방송에 나와서도 중후한 멋을 풍겨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랬던 중견 남성 연예인들이 유독 '해피투게더 시즌3'에 출연하여 편한 복장으로 머리에 양머리 수건을 쓴 채 플라스틱 의자를 깔고앉게만 되면 마치 그동안 말못한 한이 가슴속에 억눌려 있기라도 한 듯이 편하게 수다를 쏟아낸다. 자신이 망가지는 얘기도 서슴치 않으며 오랫동안 잘 가꾸어온 이미지에 해가 될지도 모를 위험한 이야기까지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박명수: 신봉선씨, 유재석씨는 배용준씨랑 통화해요.
신봉선: 어머!
유재석: 제 친구거든요. 72년생. 같은 해에 태어나서 행복해요.
이는 판을 잘 벌려놓고 수다가 즐겁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MC 유재석을 비롯한 다른 남성 출연자들 덕분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해피투게서 시즌3'는 술한잔 안 마시고도 밤새도록 수다를 떨 수 있다는 유재석에게 있어서는 물만난 고기처럼 정말 잘놀 수 있는 최적이 프로그램이라 볼 수 있다. 먼저 유재석이 특유의 넉살과 능청으로 출연자들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을 수 있는 판을 벌려놓는다. 그럼 여기에 박명수, 지상렬등이 추임새를 넣어줌으로서 신나게 놀 수 있는 판이 완성되는 것이다. 주변의 모두가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는데 중견 남성 연예인만 편한 복장에 양머리 수건까지 머리에 쓴 채 멋부리고 있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못할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중견 남성 연예인도 수다에 참가하여 하나둘씩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게 되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수다의 중심에 게스트인 중견 남성 연예인이 자리잡고 있게 되는 것이다.
박미선: 옛날에 가수 구창모씨가 정말 급하게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휴지가 없더래요. 보통 찾잖아요. 뭐가 없을까? 그래서 지갑을 봤는데 명함이 있더래요. 그래갔고 어떡할까 하다가, 앉아서 명함을 깠대요!
물론 여기에는 찜질방 토크를 방송에 최초로 도입한 박미선을 비롯한 여성 출연자들의 장단 맞혀주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해피투게서 시즌3'를 보면 남성 게스트들의 말 하나하나에 박미선과 신봉선의 리액션과 반응이 유독 크고 과장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은 자고로 누가 자신의 말을 열심히 들어주고 적극적으로 반응해주면 신나하고 기분이 업되기 마련이다. 남성도 마찬가지이다. 남성은 애초부터 말없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남자다우려면 말수를 줄여야한다고 교육받았을 뿐이다. 따라서 남성들도 누가 자신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고 적극적으로 반응해주면 신나서 더 적극적으로 말하게 된다. 더욱이 상대는 여성들이다. 마치 잘 훈련된 방청객들처럼 남성 게스트들의 말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주고 있는 박미선과 신봉선 덕분에 남성 게스트는 애초에 3, 4정도만 말을 하려고 했다가고 자신도 모르게 7, 8까지 말해게 되는 것이다.
선우재덕: 새벽에 양수리에 가면 물안개가 이만큼씩 차 있어요. 그럼 슈트만 딱 입고 팬티를 벗어요. 팬티를 벗어가지고 스키를 타는 거에요.
배슬기: 다 벗고요?
선우재덕: 그렇지. 그런데 스키에서 튀는 물바람에 이게 아주 그냥...
'해피투게더 시즌3'에서 보여지는 남성들의 수다가 반가운 이유는 수다야말로 가장 탈권위적이며 탈가부장적이기 때문이다. 귄위와 권위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그야말로 천지차이의 격차를 가지고 있다. '귄위'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신을 말하지만, '귄위적'이라는 말은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비겁한 성격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사회는 가부장적인 사회분위기로 인하여 귄위적인 태도에서 귄위가 나온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해피투게서 시즌3'에서처럼 남성들이 자신의 속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음으로서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게되면 남성들이 굳이 권위를 갖기 위해서 귄위적이 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소통이란 자연스럽게 이해를 발생시키고 이해를 통해 얻어진 귄위야말로 누구에게서나 인정받을 수 있는 귄위이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말할 것이다. 단지 웃고 즐기는 예능 프로그램에 불과할 뿐이라고. 복잡하게 의미를 붙여 생각하지 말고 그냥 웃고 즐기면 된다고. 물론 '해피투게서 시즌3'에 등장한 남성들의 수다가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 도입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에 의미를 둔 뉴튼 덕분에 만유인력이 발견되었듯이 우연하게 벌어진 현상일지라도 의미를 부여하고 널리 적용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열쇠가 되어줄 수도 있다. 일례로 '해피투게서 시즌3'의 성공을 기반으로 허심탄회한 남성들의 수다를 내세우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회 분위기도 남성의 수다를 용납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하게 될 것이다. 특히 요즘 대한민국 사회가 시끄러운 이유가 바로 지도자들의 권위적인 행동과 언변으로 인한 것이기에, '해피투게서 시즌3'의 남성들의 수다를 통해서 남성들이 탈귄적일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한다면 우리사회는 좀더 발전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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