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일요일 저녁 시간대를 지배했던 <일밤>이 현재 '1박2일'과 '불후의 명곡'을 앞세운 <해피선데이>에게 밀려버린 상태이다. 거기에다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폭넓은 사랑을 받은 <무한도전>으로 인하여 MBC의 간판이라는 상징성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랬던 <일밤>이 와신상담하여 기존의 코너들을 모두 내리고 '우리 결혼했어요', '간다투어', '고수가 왔다' 등의 새로운 코너로서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그중 '우리 결혼했어요'는 여성시청자층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일밤>의 시청률을 크게 견인했고, 그 덕분에 <일밤>은 <해피선데이>의 턱밑까지 추격하는데 성공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렇듯 겨우겨우 <해피선데이>를 따라잡아가고 있던 <일밤>에 다시금 악재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일밤>의 터줏대감 이경규의 복귀 실패, 비록 프로그램은 살렸으나 개인적으로 수많은 안티를 끌어모으게된 정형돈의 하차, 코너에 대한 욕심으로 인하여 하루아침에 MC에서 출연자로 역할을 바꾸어버린 이휘재의 자충수 등이 그것이다. 가뜩이나 <해피선데이>가 그동안 시청률을 잡아먹었던 식충이 '하이파이프'의 폐지로 몸을 가볍게 하여 멀리 달아나려고 하는 상황에서, 연이은 악재들이 겹친 <일밤>은 또한번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 마초 이미지와 수많은 안티만 얻은 채 하차하는 정형돈
연일 쏟아져나오는 관련 기사들만 봐도 '우리 결혼했어요'는 현재 최고로 주목받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임이 분명하다.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했던 비호감 여성 출연자들의 이미지가 거의 대부분 호감으로 돌아섰고, 존재감없던 남성 출연자들도 거의 대부분 이 시대 최고의 신랑감이자 훈남으로서 재발견되어 높은 인기를 쌓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우리 결혼했어요'를 성공시킨 일등공신임에도 불구하고, 정형돈은 '우리 결혼했어요'에 쏟아지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어두운 그림자 속에 파묻혀버린 상태이다. 이 시대의 여성들이 가장 싫어하고 비선호하는 무뚝뚝한 남자, 애정표현 없는 남자, 가부장적인 가치관의 남자 등등의 모습으로 인하여 정형돈이 시대착오적인 마초의 이미지를 갖게된 덕분이다. 덕분에 비교적 안티없는 연예인에 속했던 정형돈은 방송 6주만에 실로 남부럽지 않은 안티들을 가지게 되었다.
정형돈이 연예인으로서 큰 짐이 될 마초 이미지와 수많은 안티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결자해지의 측면에서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무뚝뚝한 남자, 애정표현 없는 남자, 가부장적인 가치관의 남자에서 점차 벗어나 사오리와 함께 알콩달콩한 가상 신혼생활을 보여주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사오리와는 생각과 가치관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하차하는 것은 모양새도 안 좋을뿐만 아니라,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서 얻게된 마초 이미지와 수많은 안티들을 계속 안고 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자충수라 볼 수 있다.
정형돈이 하차하는 이유로 내세운 '못난 날 만난 사오리가 불쌍하다. 사오리가 나보다 더 잘해줄 수 있는 남자에게 가는 것이 옳다'라는 생각은 그야말로 쌍팔년도 드라마에서나 써먹던 스토리이다. 정작 사오리에게 못해주고 잘못한 것은 자신이면서, 그 책임을 자신이 지지않고 다른 사람에게 떠넘겨 버리는 무책임한 핑계일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쌍팔년도 드라마 스토리가 현재 정형돈을 안좋게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먹힐리 만무하며, 정형돈으로 인하여 함께 하차할 수밖에 없게된 사오리에 대한 동정표가 고스란히 정형돈에게는 안 좋게 작용하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더욱이 여성관과 가부장적 가치관으로 이루어진 마초 이미지는 개그맨인 정형돈이 다른 프로그램에서 아무리 몸을 던져 웃겨도 좀처럼 씻겨지지 않은 가능성이 높다. 웃기는 능력과 가치관은 전혀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식으로 어정쩡하게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하차하게되면 정형돈은 앞으로 계속 마초 이미지와 수많은 안티들을 짊어진 채 활동하는 수밖에 없게될 것이다.
* 프로그램을 가볍게 만들어 버린 이휘재
MC를 보면서 그토록 출연자들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부러워하던 이휘재가 조여정과 커플을 이루어 정형돈-사오리 커플의 빈자리를 대신하게 될 거라고 한다. 프로그램의 중심이자 리더의 역할인 MC에서 하루아침에 출연자로 탈바꿈한 이휘재도 답답하지만, 이것을 허락한 '우리 결혼했어요'의 제작진 역시 한심하기 그지없다. 이는 MBC '100분 토론'의 진행자인 손석희 교수가 토론을 지켜보다 답답하다하여 MC자리를 박차고 나와 토론자로 돌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라 볼 수 있다. 지난 방송을 예로 들어보자. '미국산 소고기 안전한가'라는 주제를 놓고 벌어진 토론에서 차분하고 조리있게 말하는 찬성측 패널들에 비하여 반대측 패널들은 하고싶은 말은 많지만 전달하는 방법이 서툴고 어눌하여 좀처럼 뜻이 전달되지 않았다. 이런 반대측 패널들의 답답한 모습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차라리 손석희 교수가 반대측 패널로 나서서 찬성측과 토론을 벌여주기를 바랬을 정도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손석희 교수가 MC자리를 박차고 나가 반대측 패널로서 토론에 참가하였다면 시청자들은 분명 비난을 하였을 것이다. 프로그램에서 손석희 교수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어디까지나 중립을 지킨 채 토론을 진행시켜야할 사회자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즉, 프로그램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MC에 대한 바램과 주어진 역할은 확실히 구분되어야만 한다.
물론 예능과 토론 프로그램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MC로서의 역할만을 놓고 보았을때 예능과 토론 프로그램에서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MC 이휘재는 4커플의 중간에서 프로그램을 정리,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랬던 이휘재가 욕심난다고 하여 하루아침에 MC자리를 박차고 나와 출연자로 변신하는 것은 '우리 결혼했어요'를 너무 가볍게 만들어 리얼리티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 MC였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출연자가 된다는 것은 반대로 출연자가 MC가 될 수도 있으며 심지어 커플끼리 파트너를 바꿀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그램의 틀을 지켜주어야할 MC가 스스로 틀을 깨는 것은 결코 좋아보이지 못하며, 이런식의 가벼운 모습은 '우리 결혼했어요'가 가상결혼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연예인간의 짝짓기 프로그램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더불어 이휘재로 이탈로 인하여 가뜩이나 만연했던 MC 무용론이 더욱 크게 탄력을 받게될 것이 뻔하므로 MC 이혁재와 김원희의 위치가 아주 애매해져 버리고 말았다. 결국 이휘재는 자기 욕심 채우자고 프로그램 자체를 너무 크게 흔들고 만 자충수를 둔 것이라 볼 수 있다.
*식상함의 함정에 빠져버린 이경규
이경규가 초심으로 돌아가 그토록 공을 들였던 SBS '라인업'이 방송 30회만에 종영된 것도 모자라, 부진에 빠졌던 <일밤>을 살릴 해결사로서 화려하게 복귀하며 선보인 '간다투어'마저도 방송 2개월만에 폐지가 결정되고 말았다. <일밤>이 <해피선데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우리 결혼했어요'의 성공만으로는 힘들고 뒤이은 코너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간다투어'의 부진은 <일밤>에게나 이경규에게나 실로 뼈아픈 결과일 수밖에 없다. '간다투어'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프로그램 자체가 확실한 정체성을 가진 채 시작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류에 맞추어 인기있는 프로그램들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채 대충 얼개만 짜놓았을뿐 프로그램이 어떤 방향으로 집중하여 나아갈지 정해놓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덕분에 '간다투어'는 방송이 시작된 후 2개월동안 매주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며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고정시청자층을 만드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급기야 시청률 부진에서 탈출해 보겠다는 급한 마음에 일본 프로그램을 대놓고 따라하는 무리수를 두다가 쏟아지는 비난의 포화속에서 폐지의 수순을 밟게되었던 것이다.
'라인업'과 '간다투어'의 폐지를 보며 개그계의 전설 이경규도 이제는 변화를 모색해야할 시기임을 알 수 있었다. 늘 프로그램을 자기중심적으로 이끌며 반복되는 성깔개그를 선보여온 이경규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이미 식상해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이경규의 프로그램은 모두 비슷한 형태를 취한다. 이경규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다가 뜬금없이 성깔을 폭발시키는 것이다. 이윤석과 이광기는 이경규가 부리는 성깔개그의 희생자로, 김용만과 김구라는 이경규가 부리는 성깔개그를 맞받아치는 상대로, 매번 등장하고 있는 형태에 시청자들은 이미 식상함을 넘어 질려버렸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제 이경규도 박미선을 거울삼아 변화를 모색해야만 한다. 박미선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깨끗하고 고상한 이미지를 고수하며 프로그램의 중심에 있으려고만 했다. 그러나 마인드를 바꾸어 프로그램의 중심을 후배들에게 내준 채 그들을 빛내주는 역할을 하게되자 다시금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시청자들이 더이상 이경규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성깔부리는 모습을 보길 원하지 않는다면, 이경규도 이제는 박미선처럼 프로그램의 중심을 후배들에게 내준 채 새로운 역할로서 활약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고 볼 수 있다.
흔한디 흔한말로 위기는 기회라고들 한다. 따라서 연이어 겹쳐진 악재들로 인하여 <일밤>에게 찾아온 위기가 잘만 극복되면 새로운 기회로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폐지된 '간다투어'의 후속코너가 대박을 치고, 이휘재-조여정 커플이 알렉스-신애 커플 못지않게 사랑받아 <일밤>의 시청률을 크게 견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일밤>이 맞은 위기는 외부에서 찾아온 것이 아니라 스스로 둔 자충수에서 비롯되었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외부에서 찾아온 위기는 내부결속을 다져 반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지만, 내부에서 발생한 약점은 내부결속을 약하게 만들어 제풀에 주저앉도록 만들 가능성이 큰 것이다. 특히 <일밤>의 터줏대감 이경규의 위기는 <일밤>이 오랫동안 의존해왔던 해결사를 잃게 된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에 큰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이젠 최후의 보루를 잃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경규, 이휘재, 정형돈이 둔 자충수들로 인하여 위기를 맞게된 <일밤>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대처하는지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웅크린 감자의 주절주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솔비, 밉다밉다 하더니 이젠 예쁘다예쁘다 하네! (2) | 2008/05/11 |
|---|---|
| 유재석, 강호동의 투톱시대를 깰자는 누구인가? (0) | 2008/05/10 |
| '일밤'의 위기 - 이경규, 정형돈, 이휘재의 자충수! (2) | 2008/05/09 |
| 이효리, 침몰하는 '상상+'에서 내려야 하지 않을까? (4) | 2008/05/08 |
| 우리 결혼했어요, 알렉스를 대신할 훈남 크라운J (5) | 2008/05/07 |
| 멀리 있는 '보아'보다 가까이에 있는 '윤아'가 낫다. (16) | 2008/05/06 |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