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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67회
2008년 5월 6일 방송분
방영: MBC
연출: 이병훈
극본: 김이영
출연: 이서진, 한상진, 이종수, 한지민, 송창의 등

내 일생에 남은 미련이 있는 것은 아니니...
이만하면 한 세상 잘 논 것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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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지리하게 끌다못해 징징거리기까지 했던 홍국영(한상진)의 몰락이 마무리 되었다. 다소 늘어진 감은 있지만 홍국영이라는 캐릭터를 너무 망가뜨리지 않은 채 그런대로 멋있게 마무리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을 상징하기라도 하듯이 유배지에서 필생의 라이벌 정후겸처럼 생활하고 있던 홍국영을 박대수가 찾아간 장면은 실로 의미깊은 명장면임이 분명했다. 손에 쥔 권력을 백성들을 위해서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자신의 안위와 영달만을 위해서 사용한 자의 말로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시청자들에게 확인시켜 주었던 것이다. 더불어 각자 추구하는 목표와 이상은 달랐지만 그 과정이 올바르지 못하여 같은 말로를 맞게된 정후겸과 홍국영의 모습을 대비시킴으로서, 권력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상과 목표를 실현시킨 결과가 아니라, 그에 다다르는 올바른 과정임을 이 어지러운 시대에 '이산'은 다시한번 일깨워주었다.

마치 릴레이 경주에서 바톤 터치를 하듯 홍국영(한상진)이 '이산'의 중심에서 퇴장하자 곧바로 새인물 정약용(송창의)이 나타나 홍국영의 빈자리를 채웠다. 정약용은 '이산'의 종반부를 이끌 중심인물 이기에 그동안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아왔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연기자 송창의가 정약용을 연기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발표된 이후에도, 시청자들은 과연 정약용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식으로 등장하여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 매우 궁금해 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막상 첫 등장한 정약용은 그야말로 쇼킹 그 자체였다. 정약용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은 채 마치 예전에 인기있던 외화 시리즈인 '맥가이버'의 주인공인 맥가이버를 연상시키는 캐릭터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즉,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이자 '목민심서'로 대표되는 진중한 현자의 이미지인 정약용이 아니라, 다소 촐랑거리고 대책없이 낙천적인 다재다능한 천재 정약용으로서 '이산'에 등장했던 것이다.

특히 정조와 함께 창고에 갇힌 후 창고 안의 물건들을 조합하여 즉석에서 폭탄을 만드는 장면은 인기 외화 시리즈였던 '맥가이버'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맥가이버'는 안방극장에서 한드보다 미드가 더 인기있던 80년대에 국내에서 가장 성공했던 외화시리즈였다. 골든타임이었던 일요일 저녁 7시대에 방송되었던 '맥가이버'는 물리학을 전공한 천재 맥가이버가 뛰어난 두뇌와 스위스제 군용칼 하나만으로 뭐든지 척척 만들어내어 위기에서 벗어나고 악당들을 물리치는 일종의 영웅 드라마라 볼 수 있다. 그 당시 '맥가이버'가 얼마나 인기 있었냐면, 맥가이버를 상징하는 스위스제 군용칼이 우라나라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갔으며, 맥가이버역의 리차드 딘 앤더슨은 우리나라에서 CF도 찍었을 정도이다. 더불어 뒷머리만 길게 기르는 맥가이버 머리스타일이 아이들 사이에서 대유행을 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맥가이버'가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총을 절대로 사용하지 않으며 맨손으로 못 만드는 것이 없는 천재이면서도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늘 유머를 잃지 않은 밝은 모습 때문이었다. 더불어 힘이 쌔거나 초능력을 가져야만 슈퍼 히어로가 될 수 있었던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엎고 머리만 좋아도 얼마든지 슈퍼 히어로가 될 수 있음을 '맥가이버'는 보여주고 있었다.  

송창의가 연기한 정약용은 영락없는 맥가이버의 모습이었다. 기존의 사극들을 통해서 형성된 책벌레 이미지의 정약용이 아니라 응용력이 뛰어난 천재이면서도 밝고 낙천적인 성격의 활동적인 정약용이 보여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이런 정약용의 용용력과 활동력은 앞으로 정조가 에피소드마다 퀘스트를 해결하는데 맥가이버 못지 않은 활약을 할 듯 싶다. 즉, 홍국영이 분석력과 예측력을 통해서 브레인으로서 정조를 도와 퀘스트를 해결했다면, 앞으로 정약용은 정조와 짝을 이루어 직접 현장으로 뛰어들어 퀘스트들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 예상된다. 아마도 '이산'을 통해서 줄곧 헐리우드 장르물의 특성을 실험했던 김이영 작가와 자신만의 퓨전 사극을 정립해 나가고 있는 이병훈 PD의 감각이 어우러져 정약용이라는 놀라운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 같다. 따라서 홍국영과는 다른 의미의 천재이자 홍국영에게는 결핍되었던 행동력까지 갖춘 정약용이 앞으로 정조를 도와 '이산'의 종반부에서 어떻게 활약하는지 지켜보는 일은 시청자들에게 있어서 매우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되어줄 것이 분명하다.      

Posted by 웅크린 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