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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섹션: 드라마

태왕사신기 14회 - 2007년 10월 31일


태왕사신기 14회
2007년 10월 31일 방영분
 
방송: MBC
연출: 김종학
각본: 송지나
연출: 배용준, 문소리, 이지아

단물이 다 빠지고 짖물이 나올 정도로 우려먹은 삼각관계와 출생의 비밀 속에 빠져있던 우리나라 드라마판에 획기적인 기획과 과감한 투자로 '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라는 연타석 홈런을 친 '김종학'과 '송지나' 콤비가 '대망'이후로 오랜만에 손발을 맞춘 태왕사신기는 최고의 한류스타인 배용준의 가세로 인하여 많은 기대를 모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얼개가 엉성한 스토리와 소문이하인 드라마의 규모로 인해서 칭찬과 비난이 엇갈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쨌든 지금 이 대한민국의 드라마판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단연 '태왕사신기'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14회는 '태왕사신기'의 비밀병기라 할 수 있는 청룡 '처로'의 본격적인 등장이 시작된 회라 볼 수 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고, 엄청난 제작비가 사용되었다는 소문에 비해서 그동안 '태왕사신기'가 보여준 액션의 규모가 기대이하였다.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했던 정복군주였던 광개토태왕의 활약을 통해서 우리민족의 웅대한 기상을 확인하고 싶어했던 시청자들에게 지금까지 '태왕사신기'에서 보여준 담덕의 모습은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비록 작가의 원래 의도가 어찌됐든 시청자들은 늘 침략만 당했던 우리 민족의 아픔을 시원하게 날려줄 정복군주 광개토태왕을 보고 싶어한다.

생각보다 부드럽고 심약해보이까지 하는 담덕에 비해서, 청룡 '처로'는 지금까지 살짝살짝 공개된 영상을 보면 창하나 휘두르는 것만으로 수많은 적들을 헤치울 수 있는 최고의 영웅으로 비춰졌다. 그런 영웅의 모습에 목말라하던 시청자들은 '처로'의 활약을 통해서 담덕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 싶어하고 있다. 하지만 14회를 통해 살짝 맛을 본 청룡 '처로'마저도 송지나식의 멜랑코리 히어로인듯 싶어 과연 강한 영웅에 대한 시청자들의 갈증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14회는 '태왕사신기'가 기존에 반복해왔던 엉성한 스토리를 반복했다. 호기있게 담덕의 명을 어기고 백제의 성으로 처들어간 흑개와 주무치의 군대는, 말달리던 순간 보였던 당장이라도 성문을 때려부술 기세는 다 어디로 간 것인지 막상 성앞에 도착하자 이번에도 작전을 짠다면서 시간을 다 보냈다. 한술 더떠 '처로'는 자신의 백성들이 흑개와 주무치에게 기습을 당하여 죽을 것이 뻔한 상황에서 멜랑코리한 대사나 읖조리면서 기다리라 하고, 먼저 말달려간 주무치는 어디서 쳐 자빠져 낮잠이라도 잔 것인지 뒤늦게 출발한 수지니가 도착할 수 있을만큼 시간이 지난 밤에서야 기습을 감행한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영상도 엉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시청자들이 기대한 대규모의 전쟁씬은 이번에도 나오지 않았고, 대신 폼잡으며 말달려가는 배용준의 모습과 지도를 겹쳐 보이는 것으로 담덕의 정복전쟁과정을 표현했다. 솔직히 간지나기는 했지만 기대이하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찍은 분량이 딸렸는지 말달려가는 모습마저도 같은 장면을 여러번 반복하여 보는내내 헛웃음짓게 만들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문소리의 다크 포스가 작렬하는 모습은 14회의 백미라 할 수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이라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기하'역의 문소리이지만, 14회를 보니 제작진이 왜 굳이 배용준과 매치가 되지 않는 문소리를 캐스팅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앞으로 '기하'의 다크 포스가 얼마나 강해지느냐에 따라 좌우되겠지만, 문소리가 멜로를 연기했을때보다 다크 포스를 뿜어댔을때 압도적인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14회 역시도 퀄리티에서 이미 방영된 회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스토리는 여전히 엉성했고, 몰입감이 떨어졌으며, 기대했던 대규모 전투씬도 볼 수 없었다. 다만 제작진이 문소리를 캐스팅한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방영분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