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남자 1회
2009년 1월 5일 방송분
방영: KBS2
연출: 전기상
극본: 윤지련
출연: 구혜선, 이민호, 김현중, 김범, 김준 등
'손발이 오그라 들어도 막장 드라마 보다는 났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 1회를 보면서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생각이다. 솔직히 '꽃보다 남자'의 만듦새는 칭찬보다 욕먹기 알맞다. 유치뽕짝의 전개, 과장된 캐릭터, 현실로부터 유리된 배경,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에피소드들 등등 병맛 드라마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보다 남자'에 채널을 고정한 채 계속 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 다른 채널로 돌려봤자 막장 드라마 밖에 볼게 없다. 둘째, 구혜선이 실로 오랜만에 자신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이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최근 몇년간 KBS 월화드라마의 첫방 시청률을 통틀어 가장 높은 14.3%를 기록했다. 권상우를 내세우고도, 송혜교-현빈을 기용하고도 한자릿수 시청률에 시달리며 폐지논의까지 거론되었던 KBS 월화드라마에 드디어 광명이 비추고 있는 것이다. 1회를 본 바로는 그 요란한 언론플레이의 주인공 F4는 발호세를 4명 모아놓은 것 같을 뿐이므로 이 드라마는 죽으나 사나 구혜선을 믿고 가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결국 구혜선의 활약여부에 따라서 안습의 결정체였던 KBS 월화드라마가 구원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드라마의 최대 실수는 연기도 안되고 외모도 가장 떨어지는 이민호에게 주인공 구준표 캐릭터를 맡겼다는 것이다. F4가 요란하게 등장할 때마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도대체 F4중에서 가장 떨어져 보이는 제가 왜 리더일까?'였다. 외모로 다른 세명을 압도하지도 못하고, 카리스마로 존재감을 각인시키지도 못하며, 심지어 부티조차 나지 않았다. 그나마 연기를 세명중에 가장 잘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첫대사를 하자마자 여지없이 깨져버리고 말았다. 몇몇 대사는 발연기계의 살아있는 전설 발호세 수준이었으며 최대한 좋게 봐줘도 김범에 비하면 안드로메다 수준의 연기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차라리 김범에게 구준표 역할을 맡겼다면 F4는 지금보다 훨씬 그럴듯해 보였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연기력 되고 스타성도 인정받은 김범이 작은 배역을 연기하는 것도 이해가 안되지만 주인공 이민호가 조연인 김범에게 존재감에서 너무 뚜렷하게 밀리고 있었다. 또한 '꽃보다 남자'의 언론플레이의 핵인 윤지후 캐릭터의 김현중은 솔직히 여러가지 면에서 예상 외였다. 우선 예상 외로 연기가 못봐줄 수준이 아니어서 놀랐고, 또한 예상 외로 뛰어난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부티가 나지 않아서 더욱 놀랐다. 사진으로만 보면 영락없는 귀공자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드라마 속에서 표현되는 김현중의 모습은 그다지 귀공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코디들이 좀더 공을 들여 전신에서 부티가 좔좔 흐르게 만들지 않으면 엉뚱한 부분에서 미스캐스팅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 보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엄청났던 언론플레이의 내용과 달리 '꽃보다 남자'는 구혜선의 드라마였다. 물론 금잔디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서 다소 과장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과장된 캐릭터 표현은 순정만화의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서 일종에 마지노선을 그은 것이므로 앞으로 드라마가 진행되면 될 수록 눈에 익게되면 나아질 거라 예상된다. '꽃보다 남자'가 구혜선의 드라마인 이유는 1회부터 전신수용복에 달걀과 밀가루까지 뒤집어 쓰며 원맨쇼를 펼쳤기 때문이다. 이런 구혜선의 원맨쇼는 뭔가 엉성한 극의 구조에서 악센트 역할을 하며 흐름이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특히 최근 물이 오른 구혜선의 미모와 금잔디라는 밝고 귀여운 캐릭터가 만나자 시너지 효과가 창출되고 있었다. 드라마의 시청소감 중에서 '드라마의 내용은 손발이 오그라 드는데 구혜선 때문에 눈을 뗄 수가 없다!'라는 내용이 유독 많았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 볼 수 있다. 구혜선에게는 바로 이런 밝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가 필요했다. 착한 이미지 만든답시고 청승맞은 캐릭터를 연기하거나 연기력 쌓겠다고 역량을 벗어나는 사극에 출연하는 것은 현재의 구혜선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젊음 자체가 눈부신 아름다움이라는 말이 있듯이 구혜선은 그것이 서클렌즈 덕분이든 아니든 최근 물이 오를대로 오른 미모를 확실히 어필할 수 있는 밝고 귀엽고 예쁜 캐릭터를 연기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제껏 탑에 오른 여배우들이 뛰어난 연기를 펼쳤다기 보다는 미모에 물이 올랐을 때 그것을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한류스타 권상우-송혜교-현빈도 해내지 못한 일을 구혜선이 해냈다. 중장년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막장 드라마 '에덴의 동쪽'과 겨루어 14.3%라 높은 첫방 시청률을 이끌어 낸 것이다. 물론 '꽃보다 남자'가 좋은 드라마라거나 잘 만들어진 드라마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최근 몇년간 죽을 써온 KBS 월화드라마를 구원할 수 있는 발판을 구혜선의 원맨쇼로 인하여 마련하게 되었다는 사실만은 인정해 주어야만 한다. 최근 다른 어느 때보다도 막장 드라마에 대한 젊은층의 반감이 심한 이때 '꽃보다 남자'는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요건이 마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드라마의 스토리를 빠르게 안정시키고 캐릭터의 매력을 최대한 살릴 수만 있다면 '꽃보다 남자'는 예상외로 월화드라마 시간대에서 선전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최근 몇년동안을 통틀어 가장 높은 첫방 시청률만으로도 KBS는 구혜선을 업어줘도 시원치 않을 것이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