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이 무서운 이유는 틀린말이 없기 때문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 했다. 안 좋은 일은 꼭 겹쳐서 일어나기 마련이라는 옛말은 야구장 논란-담배 논란으로 시청률 수직하락을 경험했던 '1박2일', 호화 응원단 논란-불법 인터넷 도박 논란으로 예능인으로서 수명이 끝나버린 강병규, 알신커플의 하차-알렉스의 스캔들로 인기에 치명타를 입은 '우결' 등등 작년 한 해 예능계에서 자주 실현되곤 했었다. 그리고 2009년이 막 시작되자마자 설상가상의 첫 희생자로 한참 잘나가고 있던 '패떴'이 선택되었다. 특급 게스트 박찬호로 인하여 '1박2일'에 한방 크게 얻어맞아 얼떨떨한 상태에서, 훨씬 이전에 녹화된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새해 해돋이 장면을 연출하여 비판을 받더니, 예상치 못하게 공개된 상세한 대본으로 인하여 프로그램의 정체성마저 의심받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른바 새해벽두부터 트리풀 연타를 얻어맞은 '패떴'은 현재 적지않은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사태를 잘 수습하지 못하면 '1박2일'-'우결'처럼 시청률 하락현상을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12월 '패떴의 시트콤화 vs 1박2일의 다큐화'라는 포스팅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패떴'은 사실상 리얼예능 포멧안에서 구현된 시트콤이라 볼 수 있었다.
문제는 지금까지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비록 '패떴'의 시트콤적인 부분을 인지하였을 지라도 '패떴'에서 재미와 웃음을 주고 있는 캐릭터, 웃음코드, 관계맺기가 리얼한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 믿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 시청자들의 인식속에서 '패떴'은 '리얼예능>시트콤'이었다. 그러나 이효리가 친근감의 표시로 '국민남매'라는 관계 속에서 유재석에게 놓는 X침이 대본에서 지시한 내용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리얼예능<시트콤'으로 상황이 역전되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속았다는 불쾌감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패떴'의 주요 재미와 웃음코드는 관계맺기 속에서 발생하는데, 그 관계맺기 자체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아니라 제작진에 의해서 연출되었다는 사실이 시청자들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지금까지 시청자들이 철썩 같이 믿었던 '국민남매'-'덤 앤 더머'-'중장년층'-'김계모와 천데렐라' 등등의 관계맺기의 진정성이 의심받게 된 것이다.
더불어 이번 대본공개로 인하여 캐릭터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되고 말았다. 대본과 실제 방송내용을 비교해보면 예능에 경험이 많은 유재석-이효리-윤종신에 비하여 김수로-이천희-박예진 등이 대본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김수로-이천희-박예진의 캐릭터가 실제 그들의 모습이 아니라 제작진의 계산에 의해서 치밀하게 만들어진 캐릭터라는 인상을 주고 말았다. '김수로가 실제로는 김계모처럼 굴지 않는다면?', '이천희가 실제로는 엉성천희와 완전 딴판인 사람이라면?', '박예진의 달콤 살벌한 예진아씨의 캐릭터가 철저하게 연출된 것이라면?' 이런 의심들이 시청자들의 뇌리에 생긴다는 사실 자체가 모든 캐릭터가 연출되어져 만들어진 다는 것을 알고보는 시트콤에 비하여 그동안 리얼함과 자연스러움을 내세웠던 '패떴'의 캐릭터들에게 있어서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이번 대본공개로 인하여 '패떴'의 효자시스템인 게스트제도가 뿌리채 흔들리고 말았다. 공개된 대본을 보면 놀랍게도 게스트의 캐릭터마저도 지정해주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고정멤버들의 캐릭터는 '패떴'의 고정요소임으로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단발성 출연자인 게스트마저도 대본을 통하여 역할을 부여받고 거기에 따라서 연기를 한다는 것은 '패떴'이 가진 리얼예능으로서의 정체성마저도 흔들리게 만들수 밖에 없다. 만약 '무한도전'에 출연했던 김연아가 제작진의 의도에 따라서 연출된 모습을 보인 거라면 시청자들의 기분은 어떨까? 만약 '1박2일'에 출연한 박찬호의 말과 행동들이 대본에 적혀있는 대로 재현했을 뿐이라면 시청자들은 과연 어떤 기분을 느끼게 될까? 분명 크나큰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데 '패떴'은 이번에 공개된 대본으로 인하여 그런 배신감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말았다. 박해진-이진욱-태연-이수경-차태현 등등 '패떴'을 거쳐간 그동안의 게스트들이 사실은 '패떴'이라는 시트콤에서 연기를 한 카메오에 불과했다면 그들의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던 시청자들로서는 커다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